[DA:이슈] 박유천 결국 구속…전대미문 기자회견 대체 왜 했나 (종합)

입력 2019-04-26 2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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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결국 구속…전대미문 기자회견 대체 왜 했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황하나가 지목한 연예인 A 씨’가 자신임을 밝힌 지 약 2주 만이다.

수원지방법원은 26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35분까지 한 시간가량 박유천를 상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박유천은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차량을 타고 고 수원 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늦게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박유천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유천은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박유천은 전 약혼자(2017년 결혼을 약속했으나,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결별) 황하나 씨가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하고 함께 투약했다고 지목한 인물(연예인 A 씨)로 지목하면서 관련 혐의(마약 투약)를 받고 있다. 이에 박유천은 본격적인 경찰 조사에 앞서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 투약 혐의를 처음 부인했다.

당시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보도를 통해서 황하나가 마약 수사에서 연예인을 지목했고 약을 권유 했다고 하는 내용을 보면서 그게 나인가 하는 생각에 너무나 무서웠다. 나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렇게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니라고 발버둥 쳐도 분명히 나는 그렇게 돼버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공포가 찾아왔다”면서도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내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황하나에게 마약을 권유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적이 많았다. 황하나 또한 우울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 약’과는 관련이 없다. 내 앞에서 마약의 전과가 있다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 중이라는 이야길 한 적 없다. 그저 헤어진 후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졌다고 했고 나를 원망하는 말들을 계속해왔을 뿐이다. 나도 기사로 접하고 많이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것은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문제를 넘어서 내 인생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박유천 주장과 다른 수사 내용이 전해졌다. 경찰은 박유천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날짜와 관련한 황하나 씨 진술과 통신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박유천의 당시 동선이 대부분 일치하고 두 사람이 결별했음에도 올해 초까지 서로의 자택에 드나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또한, 경찰은 올해 초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박유천이 수십만 원을 입금하는 과정과 입금 20∼30분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찾았다.

그런데도 박유천은 세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황하나의 부탁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입금했을 뿐 마약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약칭 국과수)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박유천의 주장은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됐다. 국과수 마약반응 검사결과, 박유천의 체모(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양성 반응)된 것이다.

이에 경찰은 박유천과 황하나 씨에 대한 대질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수집한 증거만으로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취소했다. 이어 검찰에 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수원지방검찰청) 역시 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했다. 그리고 이날 영장실질심사 결과, 박유천에 대한 구속이 결정됐다.

기자회견까지 열며 결백을 주장했던 박유천은 결국 경찰 조사 약 2주 만에 구속됐다. 박유천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지만, 국과수 결과 등은 그에게 혐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박유천은 왜 기자회견까지 했을까.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6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에 출연해 박유천의 여러 상황에 대한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먼저 이수정 교수는 기자회견 당시 박유천에 대해 “특이한 점이 혀로 입에다 침을 묻히는 반응이 있다. 해석하자면 특이하다. 입이 마를 만한 어떤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야기였나 보다, 거짓말이어서 그랬던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 임할 당시 박유천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언론에 여러 번 얼굴이 잡혔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당한 모습으로 무고함을 호소한느 그런 모습이었는데, 2~3차 조사에서는 처음에 언론 브리핑할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180도 다른 현저히 태도가 변화한다. 유죄의 심증이 굳어진 듯한, 수사 기관에서 유죄를 입증할 만한 여러 가지 증거를 들이대면서 압박감을 느꼈을 거다. 언론의 카메라들을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기종 경찰대학교 외래 교수(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는 제모 등 박유천의 행동에 대해 “상당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왁싱, 제모를 하거나 반복해서 염색, 탈색을 하거나 이런 부분은 누군가 자문했던 것 같다. ‘그러면 마약 검출이 안 될 것이다’는 자문을”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간이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이나 그런 곳에서 미리 가서 한 번쯤 테스트를 해보고, 체모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기자회견)했던 건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백기종 교수는 “(제모 등의 행위는) 결국 과학수사를 간과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마약 사범들이 왁싱이나 제모 이후에 (다시) 자라는 체모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다. 마약을 했다면 극소량이라도 검출된다. 사람 몸에는 굉장히 다양한 체모가 있다. 이 체모들은 모두 채집 대상이다. 때문에 결코 수사를 빠져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확히 박유천이 어떤 의도로 기자회견을 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행동은 결국 대중 기만 행위로 돌아왔다. 덕분에 그를 믿었던 소속사도 오랜 인연을 정리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사는 박유천의 결백 주장을 믿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던 중 어제 국과수 검사 결과가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우리 소속 아티스트인 박유천의 진술을 믿고 조사 결과를 기다렸지만 이와 같은 결과를 접한 지금 참담한 심경이다. 당사는 더 이상 박유천과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전속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대로 연예계를 은퇴할 것이며 향후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재판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당사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일부 팬들 역시 그를 연예계에서 퇴출시켜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대로 또 다른 일부 팬들은 여전히 박유천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팬은 이미 박유천 이름 석 자를 마음에서 지우고 있다.

한편 수원지방검찰청은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를 기소했다.

황하나 씨는 2015년 지인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와 올해 2~3월 세 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황하나 씨는 2015년 지인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 등으로 서울종로경찰서에 입건됐으나,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 없이 검찰에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됐다. 검찰 역시 ‘무혐의’로 결론 지은 사실이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황하나 씨는 지난 4일 경기 성남의 분당서울대병원의 한 병동에서 긴급 체포됐고, 이틀 뒤인 6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리고 이날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또한, 황하나 씨가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하고 함께 투약했다고 지목한 박유천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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