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피플] 양현석 수치와 치욕? 속 타들어간 팬덤 안 보이나

입력 2019-06-14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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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피플] 양현석 수치와 치욕? 속 타들어간 팬덤 안 보이나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부들거리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거듭된 구설수는 물론 수사의 칼날이 양현석 본인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그는 YG 엔터테인먼트 내에서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양현석은 14일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YG와 소속 연예인들을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나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현석은 “지난 23년간 내 인생의 절반을 온통 YG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바쳐왔다. 최고의 음악과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일이 내게 가장 큰 행복이었고 내가 팬들과 사회에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는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며 “내가 사랑하는 YG 소속 연예인들과 그들을 사랑해주신 모든 팬에게 더 이상 나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를 둘러싼 루머 속 혐의를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수치와 치욕,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말까지 더했다.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당시에도 사내 메일을 통해 “방송사가 제기한 어떤 불법적인 행동이나 여러분들에게 부끄러울만한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모든 진실은 곧 세상에 밝혀질 거라 생각한다”고 해당 혐의들이 사실무근임을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가 마약 투약 의혹에 휩싸이고 공익 제보자에 대한 협박 및 회유에도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위너 이승훈이 중간자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양현석은 여전히 YG 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 놓는다”는 말을 남겼다. 마치 대단한 구국(救國)의 결단이라고 한 것처럼.

여기에 수치와 치욕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나 양현석이 느껴야 할 진정한 수치는 23년 동안 그가 키워온 YG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발생한 끊임없는 아티스트 관련 사고들이다. 매번 그는 공식입장을 통해 재발 방지를 말하고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치욕스러운 것은 양현석이 아니라 YG 아티스트를 아끼는 팬들이다. 내 아티스트가 YG 내에서 피땀 흘려 만든 앨범을 소속사와 소속사 선배들과 대표 프로듀서가 연루된 의혹들 때문에 마음껏 소비할 수도 없다.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위너를, 아이콘을, 빅뱅을, 이하이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남들에게 말할 수 있겠나. 이런 아수라장을 만들고도 양현석은 난 억울하지만 YG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는 듯이 말하고 ‘치욕’과 ‘수치’를 입에 올린다. 이미 오래 전에 까맣게 타 들어간 팬들의 속내가 양현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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