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리뷰] ‘82년생 김지영’ 네편내편 가를 때가 아니다

입력 2019-10-15 09: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무비리뷰] ‘82년생 김지영’ 네편내편 가를 때가 아니다

관습의 매너리즘에 빠진 이들과 벗어나려는 이들이 공존하는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쟁은 ‘혐오의 시대’에서 비롯됐다. 소설이 페미니즘 논란의 중심에 서며 남성 혐오로 이어진 것이다.

기자는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고 소설도 읽지 않았다. 단지 ‘나도 너도 인간으로서 차별받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 뿐. 굳이 페미니즘과 연결하자면, 서로를 혐오하지 않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건강한 페미니즘 아닐까. 그러니까 영화 하나 놓고 네편내편 가를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개봉 전부터 선입견의 대상이 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지닌 단 하나의 가치를 꼽자면, 현실을 끄집어 내 담론거리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무려 상업영화에서.

영화는 소설 속 김지영과 주변 인물들에 드라마와 스토리를 더해 재구성됐다. 그 중 원작 소설보다 희망적으로 마무리된 점이 인상적이다. 김지영은 육아우울증을 치료받고 복직했고 남편 대현은 육아휴직을 내고 딸을 키운다.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렇게 살고 있다는 점이 묘하게 다가온다. 또 우리 사회 속 남성의 삶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는 점도 곳곳에 다룬다.

이렇게 영화는 가부장적인 관습에 젖은 이들과 매너리즘을 깨부수려는 사람들의 공존을 교묘하게 배치했다. 그러나 극 말미, 지영 어머니의 한이 담긴 대사와 지영을 억누르는 환경은 감정 과부하로 느껴진다.

정유미와 공유는 세 번째 연기 호흡을 맞춘 만큼 캐릭터에 충실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인 지영 역을 연기한 정유미는 감정의 진폭을 세심하게 건드렸다. ‘밀정’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공유는 지영을 걱정하며 지켜보는 남편 대현으로 분했다. 초반에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해 보였지만, 전개될수록 아내의 변화에 마음 아파하는 남편의 모습을 충분히 담아냈다.

감독과 배우들은 성(性)의 문제가 아닌 인간적으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길 바라며 관객들에 판단을 맡겼다. ‘82년생 김지영’은 10월 23일 개봉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