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오른손 거포를 사랑하는 kt, 야구는 과학이니까…

입력 2015-08-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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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우타거포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kt 조범현 감독은 홈구장인 수원구장에 우타자에게 유리하게 부는 바람방향을 고려해 김상현(왼쪽)부터 외국인타자 앤디 마르테를 영입했고, 2016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LA 다저스 출신 남태혁을 선택했다. 스포츠동아DB

조범현 감독, 수원구장 상공 기류 면밀히 분석
홈서 좌측펜스로 바람 강한 지형…우타자 유리
김상현·박경수에 마르테 영입…신인도 우타자


야구도 과학이다. kt는 24일 2016신인드래프트에서 2차지명 전체 1순위로 예상을 깨고 우타 거포인 LA 다저스 출신 남태혁(24)을 지명했다. 대부분 kt가 투수를 지명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오른손 거포 타자를 선택했다.

kt의 우타 거포 사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2014년 11월 kt 가을캠프 제주도 오라구장. 조범현 감독은 구단 스태프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선수들에 대한 분석 자료 혹은 타 구단 전력에 대한 내용이라고 미뤄 짐작했다. 그러나 내용은 뜻밖에 리모델링 공사가 막바지였던 수원 kt위즈파크 상공 바람의 방향, 기류에 대한 내용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번이 이와 관련한 첫 번째 보고서가 아니었다. 이미 조 감독은 수원구장 상공의 기류, 특히 페넌트레이스 경기가 열리는 오후 6시30분 이후 바람의 방향에 대해 궁금해 했고 수차례 결과 보고서를 요청한 상태였다.

기상청과 외부기관 등의 조사 결과는 동일했다. 수원구장은 오후 시간에 홈에서 좌측 펜스 방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형에 위치했다.

KT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조 감독은 구단 직원들에게 “바람이 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구단 직원들은 “다양한 시뮬레이션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른손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그 영향에 대한 수치는 조사기관마다 다르다”고 답했다.

kt 나도현 운영팀장은 기자에게 “감독님이 구장의 기상 환경을 철저히 조사하시며 선수단 구성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 구장 크기나 펜스 높이가 아닌 기류에 대한 조사까지 하는 철저한 준비가 놀랍다”고 말했다.

수원구장이 우타자, 특히 오른손 거포에 유리한 바람이 분다는 매우 정밀한 조사 결과를 확보한 조 감독은 특별지명으로 김상현을 영입했고 FA시장에서 아무도 장타력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박경수에 대해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본인이 모르고 있을 뿐”이라며 계약을 확정했다.

외국인선수 시장에서도 수비가 뛰어난 오른손타자 3루수인 엔디 마르테를 영입했다. kt는 시즌 중반 교체 외국인선수도 오른쪽 타석에 설 수 있는 스위치 타자 댄블랙과 계약했다.

조 감독은 “구단 상공 기류가 타자가 친 타구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정확히 계량할 수 없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수원 kt위즈파크는 상공 기류가 오른 손 타자에게 유리하다. 한 시즌에 홈런으로 가정했을 때 3∼4개 차이라고 해도 승수로 보면 매우 크다”고 말했다.

kt가 24일 열린 2016신인드래프트에서 남태혁을 지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kt 스카우트팀은 남태혁에 대해 “이대호의 유연성이 떠오르는 부드러운 오른손 거포”라고 칭찬했다. kt의 우타 거포에 대한 사랑, 단순한 성향이나 희소성의 영향이 아닌 철저한 과학전 판단과 실무진의 평가가 더해진 선택이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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