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중도하차’ 흑역사 계속…인천, 사령탑 양성소 오명은 언제까지?

입력 2019-04-1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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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안데르센 전 인천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안방 경기에서 참담한 0-3 패배를 당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욘 안데르센 감독은 15일 구단과 결별했다. 지난해 6월 지휘봉을 잡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계약을 해지했다.

올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개막 이후 두 경기에서 1승1무를 챙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최근 5경기에서 인천은 전부 패했다. 이 기간 한 골을 넣었고 13골을 내줬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핵심 자원들이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해 정상 전력을 꾸릴 수 없었다.

안데르센 감독은 결별 통보를 받기 직전까지도 상황을 전혀 몰랐다. 울산전 대패로 비롯된 쓰린 마음을 뒤로 한 그는 평상시처럼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영상분석을 갓 마쳤을 때 구단이 미팅을 요청했고, 여기서 결론이 났다.

안데르센 감독 체제의 인천은 지난해 놀라운 기록을 썼다. 공식경기 10승을 찍었다. 리그 9승, FA컵 1승을 수확했다. 강등이 유력하던 인천은 ‘안데르센 동화’로 생존본능을 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시즌이 개막한지 한 달 반 만에 양측은 갈라서게 됐다. 구단은 안데르센 감독에게 이달 말까지 잔여연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사령탑 중도 하차’라는 인천의 아름답지 않은 역사도 반복됐다. 2003년 부임해 2004시즌에 나선 초대 사령탑인 베르너 로란트 감독(독일)부터 8대 사령탑 안데르센 감독까지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백이면 백, ‘성적부진으로 인한 중도 사퇴’로 포장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시즌 초부터 종료까지 진득하게 팀을 지킨 지도자는 장외룡, 김봉길 감독이 유이하다.

패턴마저 비슷하다. 감독 경질→감독대행 활용→정식 감독 선임의 과정을 거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안데르센 감독의 빈 자리는 임중용 코치가 ‘대행’ 자격으로 채운다. 단 아시아축구연맹(AFC) P지도자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아 정식 감독 승격은 어렵다. K리그는 2020년부터 P라이선스를 보유해야만 팀을 이끌 수 있다.

조만간 구단이 선임할 신임 감독이 연말까지 남는다는 것을 전제로 인천 선수단은 최대 3명의 감독을 모셔야 하는 셈이다. 축구계의 시선은 분분하다. “일시적 충격요법으로는 감독교체 이상은 없다”고 하는 일부가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구단 가치를 스스로 떨어트리는 행위”라며 고개를 젓는다.

특히 올해는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목소리가 높다. 절박함은 이해하나 너무 빨랐다. 인천은 ‘감독 양성소’ 이미지가 강하다. 지나치게 짧은 임기는 물론, 지도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도 않았다. 위험부담에 비해 매력 요소가 적다. 다음 감독을 데려올 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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