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감소한 3할타자, 다시 ‘호타자’의 표준 되나

입력 2019-07-10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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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왼쪽)-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타율 3할을 칠 것이다.’

고(故) 장효조를 시작으로 양준혁(은퇴), 김태균(한화 이글스), 김현수(LG 트윈스) 등 당대 최고의 교타자들을 수식하던 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율 3할, 출루율 4할, 장타율 5할을 준수한 타자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처럼 타율 3할은 호타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에는 ‘타율 인플레이션’ 현상이 수년째 이어졌다. 2013년까지만 해도 3할타자는 16명으로 팀당 2명에도 못 미쳤다(당시 9개 구단 체제). 하지만 2014년 들어 36명으로 훌쩍 뛰었다. 팀당 4명꼴이었다. 9명의 라인업 중 절반 가까운 타자가 3할 타율을 기록하니 ‘호타자’라고 칭하기 애매해졌다.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28명으로 다시 줄어드는 듯했던 3할타자는 2016년 40명까지 뛰었다. KBO리그 역사상 3할타자가 가장 많이 쏟아진 해다. 2017년 33명, 2018년 34명으로 팀당 3명 이상씩은 3할타자를 보유하는 꼴이었다.

그 빛을 차츰 잃어가던 ‘3할타자’는 올 시즌부터 그 가치를 되찾고 있다. 9일까지 리그 타율 1위는 양의지(NC 다이노스·0.356)다. 포수에 4번타자 중책을 맡고 있지만 시즌 초반부터 타율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별다른 슬럼프 없이 3할대 중후반 타율을 유지하며 꾸준함을 과시한다. 그 뒤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0.346)가 잇는다.

상위 두 명의 타율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순위표 아래로 갈수록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 18위 김헌곤(삼성 라이온즈·0.302)을 끝으로 3할타자는 없다. 물론 김재호(두산 베어스·0.298), 최정(SK 와이번스·0.297) 등 2할대 극후반 타자들이 여럿 있지만, 반대로 3할대 극초반 타자들도 즐비하다. 이들이 1~2주 타격 결과에 따라 3할대로 우르르 진입할 수도, 반대로 대거 2할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3할타자 18명은 타고투저 시대 직전인 2013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가장 쉬운 추측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품론’을 주장한다. 수도권 A팀 타격코치는 “공인구가 덜 나가는 것은 올 시즌 내내 증명된 ‘팩트’라고 봐도 좋다. 하지만 장타를 노리지 않는 타자들도 고전 중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까지 잔뜩 끼었던 거품이 빠지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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