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누리는 ‘공인구 효과’는? ‘역주행’도 있다!

입력 2019-08-20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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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린드블럼(왼쪽)-SK 문승원. 스포츠동아DB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자 올해 KBO리그에선 ‘타고투저’를 대신해 ‘투고타저’가 빠르게 득세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홈런이 눈에 띄게 줄고, 평균자책점(ERA)은 크게 낮아졌다. 종전 0.4134~0.4374였던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일본프로야구와 동일한 수준인 0.4034~0.4234로 조정한 결과다. 급격한 태세전환에 타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투수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다.

투수들이 누리고 있는 ‘공인구 효과’는 ERA를 통해서도 단적으로 입증된다. 지난 시즌 리그 전체의 ERA는 5.17에 이르렀다. 그러나 19일까지 569경기, 전체 일정의 79%를 소화한 올 시즌에는 4.29까지 뚝 떨어졌다. 남은 시즌 동안 큰 이변이 없는 한 4.30 안팎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 대다수는 ‘정주행’…1점대 ERA 노리는 린드블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ERA 1위를 정조준하고 있는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 역시 공인구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시즌 2.88이었던 ERA가 올 시즌에는 2.03까지 낮아져 최종적으로 1점대에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O리그 5년 차를 맞아 한층 성숙해지고 적응력 또한 높아진 영향이 더 크겠지만, 공인구 효과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로 확대해 살펴봐도 ERA 개선 경향은 뚜렷하다. 19일까지 규정이닝을 충족시킨 26명 중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외인투수 11명을 제외하고 지난해와 올해 성적을 비교해보면 대부분 큰 폭으로 ERA를 낮췄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앙헬 산체스(SK 와이번스)는 4.89에서 2.21,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4.15에서 2.56, 제이크 브리검(키움 히어로즈)은 3.84에서 2.91, 유희관(두산)은 6.70에서 3.07, 브룩스 레일리(롯데 자이언츠)는 4.74에서 3.71로 ERA를 내렸다.

● 예외적인 ‘역주행’…쑥스러운 피홈런 1위 문승원

몹시 드문 경우지만 역주행으로 눈길을 끄는 투수들도 있다. 박진우(NC 다이노스)는 3.66에서 3.75, 최원태(키움)는 3.95에서 4.28로 ERA가 오히려 상승했다. 박진우는 올해부터 선발로 전환한 사정, 최원태는 지난해 당한 팔꿈치 부상의 여파를 고려해야겠지만 리그 전반적으로 1점 가까이 ERA를 떨어뜨린 공인구 효과에서 비켜서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3.07에서 3.04로 소폭의 ERA 하락세를 기록 중인 타일러 윌슨(LG 트윈스)도 새 공인구의 혜택과는 무관해 보인다.

홈런 허용 측면에서 살펴보면 문승원(SK)이 공인구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리그 전체에서 ‘최강 5선발’로 꼽히는 문승원이지만, 올 시즌 피홈런 20개로 이 부문 1위다. 문승원은 지난해에도 31경기에 등판해 150.2이닝을 던지는 동안 24개의 홈런을 허용했다(피홈런 공동 8위). 올해는 19경기에서 109.2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20개의 홈런을 맞았다. 9이닝 기준 경기당 피홈런으로 환산하면 1.43개에서 1.64개로 역주행하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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