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역대 최고외인’ 브룸바의 응원, “영웅군단! 모든 걸 쏟길”

입력 2019-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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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거포 듀오 클리프 브룸바(왼쪽)와 심정수. 사진제공|브룸바

기량, 임팩트, 우승 청부능력, 인성까지…. 외국인 선수를 판단하는 잣대는 여러 가지다. 그 중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클리프 브룸바(45)는 최고 수준이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 합류한 그는 그해 70경기 타율 0.303, 14홈런을 기록하며 연착륙했다. 2004년에는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132경기에서 타율 0.343, 33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는 8.37.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의 WAR 10.71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현대는 브룸바를 앞세워 2003~2004년 한국시리즈(KS) 2연패에 성공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했던 그는 2007년 현대로 복귀해 왕조의 마지막 외인타자로,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 히어로즈(현 키움) 창단 첫 외국인 타자로 함께 했다. 2009시즌을 끝으로 KBO리그를 떠난 그는 멕시코 리그에서 잠시 뛴 뒤 2011년 유니폼을 벗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히어로즈 시절 브룸바의 통역 업무를 맡았다. 김 단장은 “보기 드문 신사였다.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새 외인이 오면 본인이 앞장서 이를 설명하곤 했다”고 추억했다. 어떤 기준으로도 최고 외인 반열에 포함될 만하다.

히어로즈 시절 브룸바.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는 은퇴 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오클라호마 퓨엘’이라는 야구 아카데미를 8년째 운영 중인 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매체임을 알리자 그는 먼저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PO)를 치르는 걸로 알고 있다. 인터넷으로 KBO리그 소식을 꾸준히 접한다”고 밝혔다. 현대 시절 함께 했던 심정수와도 미국에서 야구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로 종종 만났다고 했다.

그가 여전히 한국에 관심을 갖는 건 팬들과의 기억 때문이다. 브룸바는 “동료 선수들과 팬들은 나를 극진히 대우해줬다.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없었다”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아무 것도 몰랐는데, 모두가 나를 가족으로 대해줬다. 그 덕에 야구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 야구선수를 꿈꾸는 브룸바의 세 아이. 왼쪽부터 캠든, 케이든, 카슨. 장남 케이든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야구부 입단이 유력하다. 사진제공|브룸바


브룸바는 야구 인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현대의 KS 2연패를 꼽았다. 프런트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구성했고, 운이 좋게도 그들과 함께한 덕에 커리어에 화려한 발자국을 찍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 아들 케이든(16), 카슨(13), 캠든(9)도 야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데, 브룸바는 자신의 아이들도 그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현대의 우승 청부사’ 브룸바에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PS)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PS까지 올라온 건 팀 구성원 모두의 땀과 목표의식 덕이다. 이제 그 모든 것을 현장에 던지고 와야 한다”며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구를 캐치하는 평범한 일들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O 1차전에서 키움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역시! 영웅군단의 질주가 이어지길 바란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브룸바는 여전히 KBO리그를 기억하고 있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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