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병법’, SK 전술무기 기동력 꽁꽁 묶었다

입력 2019-10-17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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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염경엽 감독(왼쪽)-키움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키움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이 달라졌다. 뛰기 어렵다.” (SK 와이번스 염경염 감독)

“도루 시도를 억제하기 위해 브랜든 나이트, 마정길 코치가 투수들과 함께 많은 준비를 했다.”(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SK 와이번스의 치명적 전략실패, 반대로 상대 팀의 가장 큰 강점을 꽁꽁 묶은 장정석 감독의 빛나는 병법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말이다.

SK는 올 시즌 기동력이 팀의 테마였다. 전략가인 염경엽 감독은 반발력을 낮춘 새 공인구에 대비했다. 홈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루와 한 베이스 더 전진하는 공격적인 주루를 강조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SK는 168차례 도루를 시도했다. 리그 1위다. 도루 성공 횟수도 118번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당 평균 도루시도는 1.17개로 리그 평균 0.98보다 훨씬 높다. 염 감독은 시즌 중 118명의 대주자를 기용했는데, 이 역시 1위다. 리그 평균은 86명이었고 가장 낮은 키움의 47명에 비해 두 배에 가깝다.

이같은 데이터는 플레이오프(PO)가 시작되기 전 기동력이 SK의 큰 무기가 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졌다. 특히 키움은 올 시즌 도루 저지율 0.300이상 포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루의 책임은 포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키움은 포스트시즌(PS)을 시작하기 전 주요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 시간을 단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굉장히 과감한 선택이었다. 투수는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직업 중 하나다. 슬라이드 스텝을 조정하다가 자칫 커맨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급 주자는 1루에서 2루까지 3.2~3.4초 만에 도달한다. A급 포수도 공이 미트에 도달한 직후 2루까지 송구하는데 1.8초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루 저지를 위해서는 투수의 손끝을 출발한 공이 미트에 꽂히는 시간(릴리스 타임)의 단축이 중요하다. 릴리스 타임이 1.2초대면 포수 입장에서 충분히 도루 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장정석 감독은 “나는 각 파트 코치들에게 굉장히 많이 의존하고 있다. 투수, 배터리 코칭스태프가 PS를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키움과 준PO에서 만난 LG 트윈스는 4경기에서 단 한번의 도루 시도도 하지 못했다.

PO에선 2차전까지 SK의 도루 시도가 두 번 있었고, 이 중 한 번만 성공했다. 염경엽 감독은 “도루 시도는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실투를 유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실투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 그림을 원했다”며 “그러나 키움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에 변화가 있었다. 도루 실패는 자칫 경기 흐름을 완전히 상대 팀에 뺏길 수 있다. 리스크가 커졌다.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다”고 고백했다.

SK 기동력의 중심은 고종욱(시즌 31도루), 노수광(27도루), 김강민(15도루)이다. 빠른 주자가 출루해 도루를 노리면 볼 배합이 단순해지고, 1루수의 수비 폭이 급격히 줄어든다. SK의 경쟁력 있는 득점 루트였다. 그러나 키움은 이 같은 상대팀의 강점을 철저하게 봉쇄하며 유리한 고지에서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고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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