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떨어졌지만…여전히 류현진은 NL 최고투수

입력 2019-08-18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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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괴물’ 류현진(32·LA 다저스)의 후반기 순항행로에 생채기가 남았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선트러스트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전에 선발등판, 5.2이닝 6안타(2홈런) 5삼진 1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3-4로 패하며 류현진은 시즌 13승 대신 3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45에서 1.64까지 뛰었다.

3회 심판 판정의 아쉬움이 겹치며 선제 2실점했다. 이내 평정을 찾는 듯했지만 6회 조쉬 도널드슨과 애덤 듀발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6회를 채우지 못했다. 연속타자 피홈런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이었다. 최대 무기인 ‘춤추는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았다. 땅볼과 헛스윙 유도에 특화된 구질이지만 이날만큼은 정타가 많았고, 결국 속구의 위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여러 모로 ‘쿠어스필드 악몽’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류현진은 6월 29일 콜로라도 원정에서 4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고전했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홈런만 3개를 내주는 등 무너졌고, 1.27이던 평균자책점이 1.83까지 뛰었다. 류현진이 홈런을 허용한 것도, 패전의 멍에를 떠안은 것도 6월 29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MLB닷컴’은 “사이영상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류현진이 홈런에 당했다”고 평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MLB닷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6회 연속타자 피홈런 때 변화구를 던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느린 변화구를 던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도 “애틀랜타를 다시 만나면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다저스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로테이션 대로면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24일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가 될 전망이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팀 홈런 2위, OPS(출루율+장타율) 3위, 득점 1위에 빛나는 막강 타선의 팀이다. 류현진으로서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정의 연속인 셈이다.

그 사이 사이영상 레이스 경쟁자들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맥스 슈어저(워싱턴)는 18일 밀워키전에 앞서 두 번째 시뮬레이션 피칭을 소화했다. 등 부상으로 7월 27일 전력에서 이탈한 그는 이날 4이닝 동안 64구를 던지며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23일 피츠버그전 복귀를 점치고 있다.

여기에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18일 캔자스시티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7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61까지 떨어뜨렸다. 여전히 류현진과 0.8 이상 차이나지만, 최근 페이스가 무서운 것은 분명하다. 현지 언론에서는 류현진을 사이영상 레이스 선두주자로 꼽지만, 항상 슈어저와 디그롬의 언급을 빼먹지 않는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괴물’은 위기 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몇 단계씩 끌어올렸다. 류현진의 진가가 발휘될 차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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