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워머로 지켜봤던 무대에서 감격 맛본 주희정

입력 2019-09-07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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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 고려대 농구부 감독대행이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연세대와 정기전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점프볼

-정기전에서 승리 거둔 주희정 감독대행
-24년 전 신입생으로 벤치만 달구던 무대
-지도자로 돌아와 선수들과 승리 이끌어

“24년 전에는 2시간 동안 몸만 풀다가 끝이 났었는데….”

주희정(42) 고려대 농구부 감독대행은 6일 장충체육관에서 뜻 깊은 감격을 맛봤다. 라이벌인 연세대와 정기전에서 82-71 승리를 거두고 지도자로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주 감독대행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로 선수단과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는 시계를 잠시 뒤로 돌려 신입생이던 1995년 기억부터 떠올렸다.

“그해 가을 잠실체육관에서 처음 정기전을 치렀다. 출전을 잔뜩 기대하면서 경기장으로 들어선 기억이 생생하다.”

이처럼 부푼 희망을 안았던 주 감독대행은 그러나 선배들의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 단 한 차례의 교체 지시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경기 마지막까지 몸을 풀어봤지만, 연습용 저지를 끝내 벗지 못했다. 벤치만 뜨겁게 달군다는 뜻의 ‘벤치워머(Benchwarmer)’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하루였다.

“정말 전후반 내내 몸만 풀다가 끝이 났다. 코트 구석을 열심히 달리면서 출전을 기다렸지만 끝내 코트를 밟지 못했다. 당시 선배들이 워낙 쟁쟁했던 탓이었다. 결국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정기전을 마쳤다.”

같은 포지션이었던 2년 선배 신기성에게 밀렸던 주 감독대행은 이후에도 정기전과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듬해 경기는 학원 사태로 취소됐고, 자신은 학교를 중퇴하고 프로로 일찌감치 진출하면서 정기전 코트를 밟지 못했다.

더 이상 인연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정기전은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주 감독대행 앞으로 찾아왔다. 지난해 고려대 농구부 코치로 부임해 정기전 복귀 신고식을 치렀고, 올해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사령탑으로서 라이벌전을 이끌게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기 내내 우위를 점하면서 82-71 승리를 챙겼다. 고려대는 주장 센터 박정현이 19점 13리바운드로 골밑을 굳게 지킨 가운데 이우석과 정호영이 각각 17점과 12점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상대 에이스인 박지원과 이정현을 막는 전략도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고려대로선 2015년 이후 4년만의 승리. 역대 전적 역시 22승5무22패로 동률을 만들게 됐다.

신입생 시절 벤치에서 승리를 지켜본 뒤 24년이 흘러 지도자로서 감격을 누린 주 감독대행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다시는 못 느낄 줄 알았던 승리를 지도자로서 맛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함께 고생해 준 정선규, 김태형 코치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또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라이벌전에서 뜻 깊은 승리를 챙긴 주 감독대행은 9일 대학농구리그 성균관대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정규리그 5연패 대업을 향한 레이스를 재개한다.

장충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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