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기 어려웠던 악조건, 최혜진은 굳건했다

입력 2019-06-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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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이 9일 제주도 엘리시안 제주CC에서 끝난 제13회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12언더파 13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3월부터 매월 승수를 쌓으며 독주체제를 이어간 최혜진은 KLPGA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이자 올 시즌 3번째 정상이다. 사진제공|KLPGA

‘봄의 여왕’이 마지막 심술을 부렸을까. 한라산을 감싼 필드는 사흘 내내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곤욕을 치렀다. 대회 첫날은 짙은 안개로 경기를 아예 치르지도 못했고, 둘째 날과 마지막 날 역시 비와 바람, 뙤약볕이 번갈아 기승을 부리면서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최혜진(20·롯데)만은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펼치면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선두권이 요동을 치는 사이 조용하게 타수를 줄여나가면서 올 시즌 가장 많은 3승째를 기록했다.

최혜진은 9일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622야드)에서 끝난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우승상금 1억4000만 원)에서 12언더파 13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3월과 4월, 5월까지 매월 승수를 쌓으며 독주체제에 가속도를 붙였다.

당초 3라운드짜리로 펼쳐질 예정이었던 이번 대회는 7일 1라운드가 기상 악화로 취소돼 36홀 스트로크로 축소됐다. 컷 탈락이 없어지면서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넘볼 수 있게 됐고 이는 복잡한 선두권 구도로 직결됐다. 8언더파 단독선두 장하나와 7언더파 공동 2위 하민송과 조아연이 출발도 하기 전, 오전조 전우리가 7언더파 맹타를 휘두르면서 10언더파 단독선두로 등극했다.

이어 박지영과 윤서현, 정지민2, 김다나가 연이은 버디 행진으로 우승권으로 뛰어들었다. 7명이 넘는 선수들이 트로피를 탐내던 순간, 1인자 최혜진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반 버디 3개를 낚았던 최혜진은 파4 11번 홀과 파3 1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11언더파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뒤이어 박지영이 17번 홀(파4) 버디로 공동선두가 됐지만 최혜진이 15번 홀(파5)에서 쐐기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예약했다.

이날 우승을 앞세워 다승(3승)과 상금(약 5억2709만 원), 평균타수(70.3103타) 1위를 달린 최혜진은 “올 시즌 2승도 빨리 했다고 느꼈는데 3승 역시 정말 빨리 하게 됐다”고 활짝 웃은 뒤 “내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 마지막까지 톱5 정도이지 않을까 했는데 18번 홀 세컨샷을 할 때 카메라 감독님들이 가까이 다가오시기에 그제야 내가 선두권임을 알았다”고 우승 장면을 회상했다.

KLPGA 투어 집중을 위해 직전 US여자오픈을 건너뛰고 2주 연속 제주도 대회 출전을 결정한 최혜진은 “제주도로 올 때의 각오는 톱10 진입이었다. 꾸준한 성적을 내보자는 마음으로 내려왔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추가 우승 욕심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수줍게 답했다.

“하하,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주|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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