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이 걸린 이원준의 애절한 사부곡

입력 2019-06-30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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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사진제공|KPGA

부모님의 정성 깃든 뒷바라지를 받고도 우승과는 늘 거리가 멀었던 못난 아들의 애절한 효심이 전해지기까지는 12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호주 교포 이원준(34)이 한국 골프 역사상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제62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우승상금 2억 원)에서 마침내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5타 격차를 쫓아온 서형석(22)을 연장에서 제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원준은 30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6934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서형석과 나란히 15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뒤 18번 홀(파4)에서 펼쳐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챔피언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향후 5년간 코리안 투어 시드권과 9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 출전권을 모두 챙겼다.

4살 때 부모님을 따라 호주로 건너간 이원준은 골프계에서 ‘비운의 선수’로 불릴 만큼 절절한 사연을 지녔다. 주니어 시절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7년 프로로 전향한 후 극심한 부진이 계속되면서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KPGA 코리안 투어는 물론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PGA 2부투어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설상가상 손목 인대 부상과 허리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2014년 필드 복귀 후 맞이한 생애 첫 우승 역시 자신의 골프 인생처럼 순탄치만은 않았다. 5타라는 여유 있는 리드를 안고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이원준은 5번 홀(파4) 티샷 미스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경쟁자들에게 빈틈을 보였다. 이어 버디 3개를 낚으며 앞선 실수를 만회했지만, 파5 13번 홀에서 1m 파 퍼트를 놓치면서 흔들렸다. 그리고 17번 홀(파3)에서도 1타를 잃어 서형석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정규라운드에서 승부를 보지 못한 둘의 운명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갈렸다. 서형석이 버디 퍼트를 먼저 놓쳤고, 이를 지켜보던 이원준이 3m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KPGA 선수권대회 6년 만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건장한 신체조건(신장 190㎝·체중 93㎏)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매력인 이원준은 “긴장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얼굴에서 다 티가 날 정도로 긴장이 됐다. 막상 해보니 5타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더라. 그래도 이렇게 우승해서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아버지께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 일을 하시면서 내 뒷바라지까지 해주셨다. 새벽 4시 기상 후 연습. 등교. 하교. 다시 연습. 저보다도 더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고 감사함을 표한 뒤 “그간 우승하지 못했던 한이 오늘 다 풀리지는 않았다. 더 우승하고 싶다. 멈추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산|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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