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의 운명을 바꾼 14번 홀의 불운과 판단

입력 2019-07-29 16:2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효주. 사진제공|LG전자

김효주(24·롯데)에게 5년 만의 우승까지는 딱 5개 홀이 남아 있었다.

2014년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던 에비앙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1타 역대 메이저대회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였다. 5년 전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던 그 코스에서 최근 2년간 우승이 없었던 부진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15언더파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3번과 8번, 11번과 12번 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맞바꾸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4타 차이 공동 3위로 시작한 고진영(24·하이트)이 따라붙었다. 파4 13번 홀에서 6m 내리막 버디버트를 성공시키며 1타 차이를 만들었다.

16번 홀과 함께 후반에서 가장 어렵다는 171m 거리의 파3 14번 홀. 고진영은 6번 아이언으로 온그린에 성공했다. 김효주는 유틸리티를 들었다. 임팩트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벙커로 향했던 김효주의 공은 그린 턱 바로 앞에 머리만 삐쭉 내밀고 있었다. 골프 속어인 ‘에그프라이’가 나왔다.

관건은 김효주의 선택이었다. 공을 치기 힘든 위치인 데다 비로 많은 습기를 머금은 모래까지 감안한다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벌타를 먹은 뒤 플레이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김효주는 그냥 치기로 했다. 최대한 클럽을 열고 벙커샷을 했지만 공은 다시 벙커로 돌아왔다. 결국 3타째 만에 탈출했다.

온그린에 실패한 김효주는 퍼터로 홀을 공략했다. 홀 컵을 스치며 공은 반대방향으로 굴러갔다. 남은 거리는 1.2m 정도. 평소의 김효주였다면 문제없었겠지만 평정심을 잃어버린 그에게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결국 김효주는 트리플보기로 12언더파가 됐다. 고진영은 파 퍼트를 성공시켜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김효주에게 만회의 기회는 없었다.

김효주는 경기를 마친 뒤 “공이 거기에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소리가 크게 들렸기에 튀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지 못했다”고 했다. 김효주에게는 운도, 선택도, 마지막 침착성도 조금은 모자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