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 만의 깜짝 우승…고교생 유해란, 신데렐라로 등극

입력 2019-08-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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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유해란(SK 네트웍스)이 11일 제주도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3라운드가 취소되며 우승이 확정된 뒤 양손으로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다. 사진제공|KLPGA

정회원 입회 후 첫 우승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93일이었다.

‘고등학생 추천선수’ 유해란(18·SK네트웍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유해란은 11일 제주도 오라 컨트리클럽(파72·6666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 원·우승상금 1억6000만 원) 최종라운드가 강풍과 폭우로 취소되면서 기존 단독선두 자격으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5월 10일 KLPGA 정회원 입회 후 단 93일만의 정상 등극으로 이는 2012년 김효주(72일)와 1996년 김미현(80일)의 뒤를 잇는 역대 세 번째 최단기간 기록이다.


● 비바람으로 취소된 최종라운드

이번 대회는 2라운드부터 불어 닥친 강풍과 폭우로 애를 먹었다. 9호 태풍 레끼마의 영향 때문이었다. 대회 둘째 날인 10일 오후조가 출발하는 시점부터 강한 바람이 한라산을 휘감으면서 플레이가 잠시 중단됐고, 결국 일부 선수들의 경기는 11일 새벽으로 미뤄졌다.

다행히 2라운드 잔여조는 무사히 경기를 마쳤지만, 문제는 11일 예정된 3라운드였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오전 8시30분 출발한 1번 조는 첫 홀도 마치지 못한 채 클럽하우스로 돌아왔고, 나머지 선수들도 티오프를 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강풍과 폭우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경기가 2시간 넘게 지연되자 KLPGA 경기위원회는 오전 11시경 긴급회의를 열어 최종라운드 취소를 결정했다.

악천후로 총 3라운드 중 2라운드만 진행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의 행운은 둘째 날까지 10언더파 134타 단독선두를 달린 유해란에게로 돌아갔다. KLPGA는 천재지변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정규대회가 일부 취소되더라도 최소 2라운드를 진행할 경우 이를 정식대회로 인정한다.


● 1년치 풀시드 확보한 유해란

신갈고 3학년인 유해란은 장차 KLPGA 투어를 이끌 유망주로 꼽힌다. 다부진 체격을 앞세운 화끈한 장타가 최대 무기.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50m를 웃돌 정도로 파괴력이 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던 유해란은 올해 5월 2부투어에서 뛸 수 있는 정회원 자격을 얻었고, 최근 2부투어 10차전과 11차전을 연달아 제패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이어 추천선수로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며 2020년까지 1부투어에서 뛸 수 있는 풀시드를 품었다.

최종라운드를 기다리던 도중 우승 소식을 접한 유해란은 “이렇게 빨리 우승하게 될 줄 몰랐다. 정말 영광스럽다”고 기뻐했다. 이어 “사실 이번 대회는 우승하려고 온 게 아니었다. 선배들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생각뿐이었다. 아직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수차례 우승한 기억이 있다는 유해란은 “이곳에만 오면 그린 플레이가 잘된다. 워낙 많이 왔던 골프장이라서 그런지 퍼트 라이를 읽기가 편하다.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우승 배경을 설명한 뒤 “평소 걸음이 느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앞으로도 한결같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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