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맹폭’ 김신욱 “부담 큰 용병의 길…더 좋은 공격수가 아니라 미안해”

입력 2019-07-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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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은 상하이 선화 이적 직후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김신욱은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선수로서의 생활, 이에 따르는 기대와 부담감 등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상하이(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더 좋은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서 오히려 미안해요.”

중국 슈퍼리그 명문 상하이 선화에서 새로운 축구인생을 개척한 한국 스트라이커 김신욱(31)에게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니 돌아온 답이다. 최근 상하이 현지에서 만난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세를 낮췄다. 자신이 가레스 베일(웨일스·레알 마드리드)이 아니라 또 파울리뉴(브라질·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되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굳이 안타까워하고 미안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K리그1 ‘최강’ 전북 현대에서 뛰다 이적료 600만 달러(약 70억 원)에 상하이 선화 유니폼을 입은 김신욱은 충분히 실력을 뽐내고 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법.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 김신욱은 21일 베이징 펑타이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런허와 정규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킥오프 4분 만에 첫 골을 뽑아 팀의 4-1 쾌승을 진두지휘했다.


● 신뢰를 실력으로 갚다

팀에 합류하고 치른 3경기에서 전부 골 맛을 본 김신욱의 활약 속에 상하이 선화는 최근 2연승과 함께 시즌 5승째(3무11패·승점 18)를 거두며 12위까지 도약했다. 온몸이 무기인 그답게 중국무대 데뷔전으로 치른 허베이 화샤 원정(1-2 패)에서 전매특허인 헤딩으로 1호 골을 신고했고, 16일 허난 전예와 홈경기(3-2 승)에서 코너킥 이후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놓치지 않았다. 또 베이징 원정에서는 문전 한복판에서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출렁였다.

전북에서 김신욱과 한솥밥을 먹었던 최강희 감독은 부임 직후 구단으로부터 중대한 선택을 부여받았다. 상하이 선화는 유럽 최고의 클럽에서 활약한 슈퍼스타 A의 영입에 근접한 상태였다. 여름이적시장에서 팀이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영입카드는 두 장. 엘 샤라위(이탈리아)와 계약이 마무리된 가운데 최 감독은 A와 김신욱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내가 잘 아는 선수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구단을 설득했고 그렇게 김신욱의 이적이 추진됐다. 결국 스승의 믿음이 결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김신욱도 이를 모르지 않다. 책임과 부담감이 상상이상이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한 허난전 직후 그의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있던 배경이다. “더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쟁쟁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즐비한데 난 분명히 한계가 있다. 우리 동료들이 타 팀을 부러워하지 않도록 몸과 마음으로 몸부림치며 뛰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신욱. 사진출처|상하이 선화 홈페이지


● 패배의식을 털어주다

처음 팀에 합류한 뒤 느낀 인상은 ‘자신감 실종’이었다. 선수단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듯했고, 거듭된 졸전으로 많이 위축돼 있었다. 김신욱은 ‘원 팀’을 이야기해줬다. “한 걸음 더 뛰고 서로가 조금씩 도와주면 못 할 게 없다고 대화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이기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김신욱은 또 다른 싸움도 하고 있다. 울산 현대~전북 시절과는 전혀 다른 상황과 전쟁을 하고 있다. 항상 정상권에 있던 그는 하위권이 익숙하지 않다. “강등권 다툼은 생각도 못한 일이다. 정말 압박이 심하다”던 김신욱에 부여된 임무도 다양하다. 공격도 하고, 허약한 수비에도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 실제 허난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벤치 지시에 따라 후반 막판 중앙수비수로 이동한 김신욱이 위험 지역에서 공중 볼을 머리로 정확히 걷어낸 장면이다. 전북에서의 활동량이 10km 초반이었다면 지금은 12km에 육박한다.

그래도 김신욱은 고통을 감내할 줄 안다. 힘듦을 성장의 동력으로 여긴다. 짧은 시간동안 체중을 줄였고, 힘을 더 키웠다. “축구를 더 잘해야 한다. 지금의 팀에서 난 포인트를 계속 올려야 한다. 아니, 골을 넣어야 한다. 여기에 동료들에게는 ‘헌신’과 ‘희생’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공을 잘 차는 선수는 많아도 정말 헌신하는 선수는 적을 수 있다. 팀 정신이다. 한국선수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비결을 조금이나마 공유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신욱. 사진출처|상하이 선화 홈페이지


● 멈춤 없는 도전

당연히 안주할 생각도 없다. 입단 직후 개인훈련을 혹독히 하는 김신욱에게 중국 선수가 물어왔다. ‘왜 그리 운동을 많이 하느냐’고. 그래서 딱 한마디를 했다. “난 광저우에서의 파울리뉴 역할을 해야 한다. 정말 그와 똑같은 실력은 없어도 희생과 열정은 그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K리그에서 도움 부문을 제외하면 모든 상을 빠짐없이 받은 김신욱의 개인 목표는 하나다. 중국에서 한 번도 살아남은 적 없는 아시아 공격수, 그것도 전례 없는 한국 스트라이커로서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는 일이다.

“나이 31세의 한국 공격수가 어떻게 유럽으로 가겠나?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내게 중국은 도전이다.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계속 자라야 한다. 내 인생에 (상하이 선화에서 보낼) 2년 반은 성장의 마지막 기회다.”

상하이(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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