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쾌승을 거둔 날…이란 여성들도 축구를 즐겼다

입력 2019-10-11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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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페르시아 왕자’ 이란 축구가 오래 기억될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란은 11일(한국시간) 자국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캄보디아와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홈경기에서 14-0 대승을 거뒀다. 카림 안사리파드와 아즈문이 각각 4골, 3골로 해트트릭에 성공하는 등 압도적인 전력으로 상대를 괴롭힌 이란은 2연승으로 조 선두에 자리했다.

그런데 장외에서도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경기는 이란이 여성들에게 축구장 입장을 다시 허용했음을 외부에 알리는 계기였다. 1979년 이슬람혁명에 나선 이란은 1981년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진짜 계기는 올해 초 있었다. 남장을 하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당국에 체포된 한 여성이 지난달 법원 청사에서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도적으로 이란을 압박했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란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결국 이란도 두 손을 들었다. 강성 이슬람 지도자들과 보수적인 남성들의 반발도 터져 나왔으나 여성들의 축구 관전은 더 이상 막기 어려운 물결이었다.

알 자지라 등 중동에 기반을 둔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약 3500명 내지 4000여 명의 여성들이 아자디 스타디움을 찾았다. FIFA도 굉장히 반가워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40여년 만에 많은 수의 이란 여성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이란 여성들이 기다린 위대한 한 걸음”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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