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2019~2020시즌 V리그 프리뷰⑩ 도로공사

입력 2019-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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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도로공사 배구단

도로공사는 순천 KOVO컵에서 내심 걱정해왔던 팀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예선 탈락했다. 시즌 개막까지 문제점을 해결해 대책을 마련할 시간은 보름 정도였다. 급히 서둘러야 했다. 확인된 가장 큰 문제는 조직력의 와해였다.

도로공사는 코트 안의 6명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정교한 배구를 장점으로 해왔다. 6개 팀 가운데 중앙을 가장 많이 이용하면서 빠르고 다양한 공격패턴을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1대1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파괴력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만드는 기술로 경기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조직력이 필수다. 높은 배구 IQ를 가진 선수들이 많아야 성공한다.


● 테일러 전격영입 막전막후

아쉽게도 그동안 중앙에서 많은 역할을 해줬던 배유나가 빠졌다. 재활 중이다. 당분간 출전이 어렵다. 구멍이 하나 생겼다. 이제 V리그 4년차 정선아가 그 역할을 해줘야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선수 앳킨슨이 팀의 플레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높이도 있고 가다듬으면 좋아질 선수지만 팀이 필요한 선수가 되기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큰 체구 탓에 수비에서 해줘야 할 것들도 모자랐다. 설상가상 KOVO컵 때 부상을 당했다. 4주짜리 무릎인대 이상이었다. 구단은 기다려서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선수를 선택하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결국 교체를 결정했다.

앳킨슨을 대신할 외국인선수는 테일러다.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빼어난 기량을 보여준 윙 공격수였다. 흥국생명에서 2번이나 깔끔하게 마무리를 못한 과거가 내심 걸렸다. 데려올 후보도 많지 않았다. 시즌개막 때까지 손발을 맞춰볼 시간을 감안한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터키의 전 소속팀에서 조건 없이 나와 있던 터라 이적료가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지난 시즌 어깨가 좋지 못했던 이바나를 끝까지 데리고 가려다 시즌 도중에 파튜로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기억이 조기결단에 영향을 줬다. 김종민 감독은 “더 기다리다 결정이 늦어지면 1~2라운드는 외국인선수 없이 뛰어야 할 상황이었다. 대안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테일러는 트라이아웃에서 배구 기술 하나만은 모두가 인정했던 선수였다. 6일 긴급히 한국으로 날아온 테일러는 도로공사와 계약을 맺자마자 부랴부랴 손발을 맞춰보고 있다. 함께 훈련할 시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 그래서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도 없이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아무래도 실전감각이 떨어질 것이다. 김종민 감독도 “1라운드는 고전할 것이다. 박정아도 아직 정상 상태가 아니다. 테일러와 다른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도로공사 테일러. 사진제공|도로공사 배구단


● 테일러의 가세로 달라지는 도로공사의 배구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테일러가 오자 팀의 장점이 살아났다. “일단 배구를 알고 한다. 이해도가 높아서 훈련 때 크게 설명할 것도 없다. 뒤에서 수비가 된다. 덕분에 조직력도 좋아졌다. 높이도 좋다. 공을 때리는 기술도 있다. 블로킹도 할 줄 안다.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이 좋아 한다”고 감독은 말했다.

테일러의 가세로 도로공사는 팀의 포메이션이 달라진다. 윙 공격수 문정원과 리베로 임명옥으로 버티는 2인 리시브는 유지한다. 테일러와 박정아는 왼쪽에서 화력을 집중한다. 왼손잡이 문정원에게는 더 편한 오른쪽에서의 공격가담이 훨씬 많아질 전망이다. 새로운 시스템의 수혜자는 하혜진이다. 공격능력만큼은 인정받은 만년 유망주는 이번 시즌 많은 출장기회를 잡을 것이다. 테일러와 박정아를 언제라도 대신하는 조커역할이다.

도로공사의 시즌 성패는 중앙에서 배유나의 역할을 누가 얼마나 잘 메워줄 것인가에 달렸다. 김종민 감독은 보강을 위해 KGC인삼공사에서 유희옥을 데려왔다. 정선아가 아직 경험이 적고 긴 시즌 동안 부침이 있을 것으로 보고 베테랑의 경험을 추가했다. 정선아는 도로공사의 미래에 중요한 지원이지만 강제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렵다. 팀에게도 위험한 요소다. 유희옥과 경쟁시키며 경험을 쌓아준다면 잠재된 능력이 폭발할 것으로 믿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정선아가 성장하면 팀은 편해진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사진제공|KOVO


● 체력문제와 세대교체 속에서 봄 배구를 꿈꾼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보니 항상 따라다니는 문제가 체력이다. 도로공사의 딜레마다. KOVO컵 때도 3세트만 넘어가면 잘하던 플레이가 눈에 띄게 무뎌졌다. 김종민 감독은 어느 시즌보다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단순한 보강이 아닌 근육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커트라인에서 허덕이다 2위까지 치솟은 것도 결국 꾸준하게 해온 체력훈련의 효과였다. 이번에도 나중에는 결국 따라잡는 거북이가 되려고 한다.

최근 도로공사 본사의 점거농성으로 훈련장과 숙소가 영향을 받고 있지만 더욱 집중력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김종민 감독은 차츰 세대교체도 준비한다. 주전세터 이효희를 대신해야 할 이원정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또 다른 기대주는 유서연이다. 빼어난 탄력성과 배구센스를 가졌지만 키 때문에 벌써 3번째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김종민 감독은 신인드래프트 때부터 데려오려고 했다. 광주 초청경기와 순천 KOVO컵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파이프공격이 가능하다. 출전하면 팀의 새 공격옵션이 될 것이다. 지금은 문정원이 리시브를 부담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해오지만 부상전력이 있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유서연은 문정원에게 휴식을 줄 훌륭한 플랜B다.

시즌 뒤 발목수술을 받았던 박정아는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출전시간을 늘리며 실전감각을 높여왔다. 이번 시즌을 마치면 다시 FA선수가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할 것으로 구단은 기대한다.

베테랑 정대영과 이효희는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는 선수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국가대표팀 차출 후유증으로 아직은 기대만큼 몸이 올라오지 못했다. 경험이 풍부하기에 스스로 알아서 시즌 때까지 잘 맞춰줄 것이라고 감독은 믿고 있다. 어깨와 무릎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받은 배유나는 회복속도가 빠르다. 본인은 시즌 도중 출장을 원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최대한 출전시기를 늦추려고 한다. 봄 배구에서 완전체로 우승을 노려보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기억에 남을 멋진 대결을 했다. 결국 체력이 방전된 탓에 챔피언결정전 우승트로피를 지키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때의 아픔을 기억하며 더 착실한 준비를 다짐하고 있다.

김종민 감독은 “더 탄탄한 조직력과 성장”을 시즌의 키워드로 꼽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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