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레이더] 프로농구 인기, 외국인 가드 하기 나름?

입력 2014-10-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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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수뇌부 용병 2명 동시 경기출전 결정
개인기 좋은 193cm이하 용병 흥행 기대
현장 감독들 “국내 가드들 발전 우려된다”

5월 KBL 제8대 총재로 선출된 김영기(78) 총재는 취임 직후부터 심판 자질 향상과 더불어 외국인선수제도의 변화를 외쳐왔다. 이번 시즌까지는 구단별로 신장 제한 없이 2명의 외국인선수를 보유하고 이중 1명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하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신장 제한을 두되 2명을 모두 경기에 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화려한 기술을 갖춘 190cm 이하의 용병 가드 영입을 장려하는 뜻이 담겨 있다. 이재민 KBL 사무총장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내가드들의 개인기술 부족이 드러났다. 프로 원년 제럴드 워커(전 SBS)와 같이 화려한 기술을 갖춘 용병이 다시 들어온다면, 국내선수들의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고 볼거리도 늘어나 프로농구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L은 결국 6일 열린 제20기 제2차 이사회를 통해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선수 2명 중 한명은 193cm 이하로 뽑고, 2·4쿼터에 한해 2명을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KBL의 결정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창진 kt 감독은 “한국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상황에서 당황스러운 제도 변화다. 국내선수의 발전이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대표팀을 이끈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개인기술은 프로에 와서 크게 늘 수 없다. 기술이 좋아지는 것은 용병 가드 영입과 별개의 문제다. 어린 시절 습관 탓이다. 개인기술은 학원스포츠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또 “용병 가드 영입이 프로농구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의 말대로 용병 가드 영입은 흥행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실제로 농구 팬들이 기억하는 용병 가드는 제럴드 워커 정도다. 칼 레이 해리스(전 나래), 아도니스 조던(전 나산)을 떠올리는 팬은 극소수다. 정작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용병들은 마르커스 힉스(전 오리온스), 찰스 민렌드(전 KCC·LG), 단테 존스(전 KGC), 피트 마이클(전 오리온스), 데이본 제퍼슨(LG) 등 194∼200cm의 포워드들이다. 김 총재의 주장대로 신장을 제한하고 가드와 센터로 용병 진영을 꾸릴 경우, 190cm대 중반의 포워드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흥행코드’를 잘못 읽은 KBL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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