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LG 김용의 “아버지, 하늘에서 도와주실 거죠?”

입력 2014-10-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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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타자 김용의. 스포츠동아DB

■ LG 김용의

생애 두 번째 맞는 포스트시즌. 주전보단 백업이,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팀 동료 박경수의 부상으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주전 2루수의 중책을 맡았다. LG의 김용의(29)는 “시즌 내내 못해서 가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담을 덜고 팀에 녹아들려고 했던 그의 플레이는 빛났다. 준PO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 활약했다. “이제 1경기를 했을 뿐 평가는 이르다”고 말한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김용의는 작년 109경기에 출전해 LG의 플레이오프 직행(2위)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큰 무대에서 타율 0.231(13타수3안타) 실책 2개를 저지르며 힘을 내지 못했다. 팀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전에 두고 탈락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앞에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이 숨겨왔던 아버지의 대장암 말기 판정을 듣게 된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겪었다. 지극한 간호에도 아버지의 암세포는 지독했다. 올 초 미국 스프링캠프로 떠난 지 엿새 만에 아버지는 세상을 등졌다. 그는 “LG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그해 내 자리도 있었는데, 앞으로 잘 하는 모습만 지켜보면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비 잃은 자식의 깊은 좌절과 탄식이 느껴졌다.

특히 큰 무대에서 더욱 생각나는 아버지다. 상무에서 떨어져 현역으로 군에 가야 한다고 결심했을 때도 아버지는 혹여나 자식이 부담을 가질까봐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군에서 2년 동안 있어보고 안 될 거 같으면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자식의 등을 두드렸다. 김용의는 군 의장대에서 간절함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말을 곱씹으면서 군 입대한 젊은 친구들을 바라봤다. 돌아갈 곳 있는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다시 야구만 떠올렸다. 2008년 프로 입단 이후 방황했던 지난날을 반추하며 샘솟는 희망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용의는 “큰 경기에서 아버지가 더욱 그립고 생각난다. (하늘에서) 지켜보시고 계실 텐데 ‘도와주십쇼’하고 아버지를 떠올린다”고 웃었다.

김용의는 준PO에서 주전 2루수로 나선다. 박경수가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그 자리를 떠맡았다. 고락을 나눈 동료가 함께 뛰었으면 했지만 부상으로 낙마했다. 그는 “경수형이 롯데와 최종전에서 안 좋게 부상당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출전을 기다렸는데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박경수의 몫까지 다해서 뛰는 게 그가 가진 책임감이다. 그는 “제가 하는 역할은 테두리의 작은 일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낫고 치료 잘 받으라고만 전했다. 포지션이 겹쳐서 깊이 얘기하기가 힘들더라. 다만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마음 잘 알 것이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도와준 걸까. 그는 2차전에서도 팀을 구하는 멋진 활약을 펼쳤다. 3-0으로 앞선 4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테임즈의 직선타구를 큰 키(187cm)를 이용해 혼신의 힘을 다해 점프해 잡아내면서 1루주자 나성범까지 아웃시켰다. NC 쪽으로 흐를 뻔하던 승부의 흐름을 다시 LG로 돌리는 결정적인 호수비였다.

마산|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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