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왜곡된 지원금 분배에 유소년배구 멍든다

입력 2015-08-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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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KOVO(한국배구연맹) 실무회의에선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학교지원금 현황이 담긴 자료가 배포됐다. 배구 꿈나무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가 지원금의 왜곡된 분배구조 탓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 사진은 2014~2015시즌 KOVO 신인드래프트 모습. 스포츠동아DB

신인드래프트 학교지원금 분배 현황 논란
대학교 69%·초등학교 3.5% 등 편차 심각
프로선수 배출 학교 몰아주기 문제 지적도

20일 KOVO(한국배구연맹) 실무회의에서 나온 자료 한 장이 배구계의 화제다. KOVO가 남녀 13개 구단의 사무국장에게 배포한 자료는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학교지원금 현황이었다. KOVO는 조만간 2015신인드래프트를 실시한다. 이를 앞두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원금의 합리적 분배를 꼽은 KOVO는 실무회의에서 각 구단의 의견을 모았다. 자료를 본 사무국장들은 배구 꿈나무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원금의 왜곡된 분배구조 탓이라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KOVO와 남녀 13개 구단이 지난 시즌 프로선수를 배출한 학교에 지원한 금액은 21억원이었다. 남자학교가 11억원, 여자학교가 10억원을 받았다. 2005년 KOVO 출범 이후 신인드래프트가 시행된 이후로 지원금의 비율에 변화는 있었지만, 전체적 액수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10년간 200억원 이상이 유소년배구에 지원됐다.


● 투자 대비 성과 없는 배구 인프라 구축 시스템

프로구단과 KOVO가 10년간 유소년배구 육성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현실은 심각했다. 현장에선 “갈수록 배구를 하는 꿈나무가 줄고 있다. 몇 년 뒤에는 뽑고 싶어도 뽑을 선수가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상황에서 운동을 하겠다는 꿈나무가 감소하는 것은 국내 모든 스포츠에서 공통된 현상이지만, 배구는 특히 심하다. 현재 대한배구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남자 1335명, 여자 784명이다. 2119명의 선수와 179개 학교가 남녀 13개 프로팀에 선수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선수수급 피라미드의 바닥인 초등학교선수는 남녀를 합쳐 724명이다. 전문가들은 “등록선수 가운데 50%는 허수”라고 지적한다.

최근 전남 해남에서 열린 초등학교대회 때도 많은 학교가 출전하지 못했다. 대회 참가비용이 없고, 선수가 모자라서였다. KOVO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마다 프로에서 지원하는 20억원이 넘는 돈이 어떻게 흘러가기에 이처럼 초등학교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하고, 학교는 배구부 해체를 고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 왜곡된 지원금 분배구조는 유소년배구 육성의 적

남자 11억원의 지원금 가운데 대학교에 7억7000만원이 나갔다. 고등학교애는 1억7000만원, 중학교에는 1억2000만원, 초등학교에는 4200만원이 분배됐다. 대학교 69%, 고등학교 15%, 중학교 11.5%, 초등학교 3.5%의 비율이었다. 프로선수를 배출한 학교에만 지원되다보니 초등학교는 10개 학교만 쥐꼬리만한 혜택을 누렸다. 여자부도 비슷했다. 10억원 가운데 고등학교가 9억4000만원, 중학교가 나머지를 가졌다. 초등학교에는 지원금이 없었다.

김연경, 배유나 등을 발굴해 한국배구의 기둥으로 키워낸 안산서초등학교 이병설 교사는 “프로에서 1억원의 지원금이 나왔는데, 초등학교가 받은 돈은 고작 10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선수가 있고 지원도 많아야 할 초등학교에 대한 지원이 이처럼 쥐꼬리다보니 선수수급의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KOVO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금 배분의 최상위에 있는 남자 대학교와 여자 고등학교 감독들의 양보를 요구한다. 지원금 분배 비율을 조정하자고 했다. 혜택을 누려왔던 쪽에선 기존의 룰대로 하자며 반발하고 있다. KOVO는 혁신적 구조개혁만이 배구 꿈나무를 많이 발굴해내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 분배의 왜곡이 생긴 이유는?

등급별 분배의 왜곡도 심각하지만, 학교간 편차도 문제다.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한 학교가 너무 많은 과실을 가져가다보니 소외받는 학교에선 배구를 계속할 열의를 가지지 못한다. 지난해 이재영, 이다영, 하혜진을 배출한 진주선명여고는 3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18개 여고팀 가운데 프로선수를 배출한 7개교가 8억원을 가져갔다. 전형적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다. 2년 전 OK저축은행(현 우리카드) 출범 때 경기대는 공식지원금 외에도 수십억원을 후원받았다고 알려졌다. 잘한 만큼 대접을 받는 것은 맞지만, 배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 분배도 절실한 문제다.

이 같은 왜곡현상은 선수수급에 목을 매던 프로구단의 지나친 경쟁이 만든 폐단이다. 자유계약제도를 택했던 실업배구 시절부터 선수를 공급하는 쪽이 갑의 위치에서 많은 요구를 했고, 구단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돈으로만 임시처방을 하면서 비정상이 정상처럼 돼버린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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