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가 만난 사람] 이희범 “이제는 평창시대…성공 키워드는 문화올림픽”

입력 2016-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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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5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가적 대사의 완수를 위해 조직위 임직원 모두는 사명감을 발휘할 테니, 국민적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김진환 기자kwangshin00@donga.com

■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내년 3월까지 28개 세계선수권대회 테스트
리우올림픽 경제효과 미미…반면교사 교훈
조직위, IOC와 신뢰관계 구축…사명감 필수
경기장·숙박시설 사후 활용까지 만반의 준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8월 6∼22일·한국시간 기준)이 끝나면서 국내외의 시선 또한 자연스레 2018평창동계올림픽으로 향하고 있다. 2018년 2월 9일부터 평창을 비롯한 강원도 일원에서 17일간 펼쳐질 ‘눈과 얼음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은 국가적 대사이자, 한국민 모두의 소망일 터.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그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리우올림픽을 참관하기 위해 3주간 브라질을 다녀온 이희범(67)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리우패럴림픽을 지켜보고 성화봉송 주자로도 나서기 위해 5일 다시 일주일 여정으로 브라질 출장길에 오른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명감”을 강조했다.


-리우올림픽이 끝났으니 이제는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전반적인 준비상황은 어떤가?

“3주 이상 (리우에) 가 있었는데, 평창시대가 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대회 후반부에는 미국 NBC를 비롯한 세계 언론들이 모두 평창에 주목했다. (개최가) 2018년 2월이라고 하면 1년 6개월이 남았다고 생각할 텐데, 실제로는 올해 11월부터 시작한다. 내년 3월말까지 테스트 이벤트 성격을 지닌 28개의 세계선수권대회가 평창에서 열린다. 따라서 올해 10월말까지 경기장 시설은 다 끝나야 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28개의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나면 각 세계연맹의 요구를 수용해 내년에는 시설 보완을 한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각 경기장에 관중석을 만들고, 하반기에는 각 종목 세계 선수들이 연습하러 (평창에) 올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리우올림픽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부실한 준비상황 때문에 개막 이전부터) 여러 말들이 나왔는데, 3가지 측면에선 성공한 대회로 볼 수 있다. 정부 예산이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저비용으로 친환경·친문화올림픽을 치른 점은 칭찬할 만하다.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테러 같은 대형사고가 없었던 사실도 긍정적이다. 또 리우시민들이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부수적인 경제효과는 사실 누리지 못했다. 관광객 80만 명이 왔다고 하는데, 거리에 축제가 사라졌다.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조직위 차원에서 71명의 임직원을 리우 현지로 파견해 옵서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뒀나?

“리우에 간 이유 중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IOC 위원장은 ‘평창의 준비상황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새로운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발휘되고 있다’고 평가해줬다. 리우에 평창올림픽 홍보관을 저비용으로 만들었는데, 15만 명이 다녀갔다. 또 리우올림픽의 무대 뒤편을 다 둘러봤다. 현장에 간 직원들이 매일 체크리스트와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렇게 공부한 내용을 9월 중순 한군데 모여 하루 종일 발표하는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장은 건설 못지않게 사후 활용이 중요하다.

“경기장을 지어놓고 활용하지 못하면 성공 올림픽이 될 수 없다. IOC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후 활용은 ‘올림픽의 유산’이라고 하는데, 크게 2가지로 본다. 하나는 ‘시설의 사후 활용’인데, 12개 경기장 중 10개는 주인을 정해주고 관리하도록 했다. 대개는 민간기업이고, 일부는 학교가 관리한다. 미정인 2개도 곧 결정된다. 주인이 결정되면 경기장 사후 활용은 해결됐다고 본다. 그 다음은 ‘개최도시의 발전’이다. 평창, 정선, 강릉에 숙박시설도 많이 건설하는데,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손님이 안 오면 죽은 도시가 된다. 다행히 2가지 굿 뉴스가 있다.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평창과 강릉은 굉장히 발전할 것이다. 또 하나 굿 뉴스는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2020도쿄올림픽과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이다. 베이징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스포츠 붐을 일으키기 위해 3억 명을 양성한다고 한다. 경기장 시설도 대대적으로 짓는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가기 위해 평창을 훈련소로 쓰라’고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것이다. 베이징에도 ‘평창을 또 하나의 시설로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한·중·일 올림픽위원회간의 협의체를 내가 주장해서 만들었다.”


-인천∼강릉간 고속철도 건설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 구축도 반드시 필요한데.

“내년 상반기까지는 완공될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확장도 내년 초까지는 될 것이다. 올림픽 예산이 13조 원인데, 그 중 11조 원이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해야 될 사업들이다. 이를 올림픽 예산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올림픽 예산이 너무 많다’는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엑스포 때문에 서울∼여수간 고속철도를 놓았는데, 그 덕분에 여수가 얼마나 발전했는가. 이(인프라 구축)는 언젠가 해야 될 일이니까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예산으로 볼 수 있다.”


-올림픽은 단순히 메달을 다투는 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 선수단과 관광객, 취재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조직위원장 입장에선 모든 것이 100% 잘 되는 것이 성공한 올림픽이다. 수십 가지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문화올림픽이다. 선수들은 50일간 평창에 머물고, 전 세계 수많은 언론도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들에게 관광 이벤트, 문화 이벤트를 만들어주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즐길거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 계획을 만들고 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자원봉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리우에선 언어소통 측면을 포함해 자원봉사자들의 자질 또한 문제가 됐다.

“전체적으로 자원봉사자는 2만2400명이 필요하다. 7월에 자원봉사자 모집 발대식을 했는데, 지금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5만4000명이 신청했다. 내년 3월 마감하는데 10만 명 이상 신청할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도 120여 개국,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했다. 문제는 그 중에서 어떤 분들을 선발해 어떻게 교육하느냐다.”


-스폰서 확보는 계획한대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올림픽 운영 재원의 40%는 국내 스폰서에서 온다. 해외 스폰서는 10%다. 9400억 원을 목표로 했는데 현재 80% 정도 됐고, 취임하면서 1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물론 어렵지만 해낼 것이다. 일본은 (2020도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1조5000억 원을 목표로 잡았는데 이미 3조5000억 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참 부러운 일이다.”


-6월말 조직위 주사무소를 평창으로 이전했다. 애로사항은 없는가?

“나도 취임한지 3개월이 됐는데, 하도 (자동차로) 왔다 갔다 해서 등이 아파 등받이를 하나를 받치다가 2개를 받치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서울에 온다. 소치올림픽의 경우 모스크바에서 소치로 6개월 전에 조직위 임직원들이 옮겼다.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했는데도 25%가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게 토요일, 일요일 없이 24시간 커뮤니케이션하자고 당부했는데 잘해주고 있다. 내 휴대폰 번호도 전 직원에게 공개했다. 지금도 새벽 1시에 문자메시지가 온다. 지난 일요일 평창에 갔을 때는 저녁 6시인데도 불이 훤하게 켜져 있었다. 상당히 많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지만, 체육행정과는 큰 인연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3개월간 직접 부딪혀본 소감은?

“사실은 (내정 소식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 IOC도 개막 1년 반을 남겨두고 조직위원장이 바뀐 데다, 문외한이 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놀랐다. 취임식도 안 하고 첫날 평창과 강릉에 갔고, 셋째 날에는 IOC에서도 (한국에) 왔다. 지금은 여러 면에서 신뢰관계가 구축됐다. 올림픽이 성공하기 위해선 IOC, 대한민국 정부, 국민의 지원이 필요하다. 직원들에게 얘기했다. ‘사명감이 없으면 지금 이 배에서 내려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이 배에 탈 사람은 많습니다.’ 우리 조직위 임직원 모두가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 이희범 위원장

▲생년월일=
1949년 3월 23일(경북 안동 출생)
▲출신교=
서울대사대부고∼서울대 전자공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MBA)
▲주요 경력=
제12회 행정고시 합격(1972년), 주미대사관 상무관보(1988∼1991년), 상공자원부 총무과장,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차관보(1991∼2000년), 산업자원부 차관(2001∼2002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02∼2003년), 서울산업대 총장(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2003∼2006년), 한국무역협회장(2006∼2009년), STX에너지·STX중공업 총괄회장(2009∼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장(2010∼2014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2014년),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장(2016년 5월∼ )

정재우 스포츠1부장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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