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의 절실함과 변신 ‘노스텝 타법’

입력 2017-03-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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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최형우. 스포츠동아DB

“최형우가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인식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대회 키플레이어로 최형우(34·KIA)를 꼽았다. 김 감독의 말에는 ‘잘 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그가 살아나야 중심타선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섞여 있었다.

최형우는 평가전과 연습경기에서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4일 경찰청과 치른 연습경기에서 5타수2안타, 1타점을 기록했으나, 이날 경기 전까지 19타석, 1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로 인해 그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너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스스로 조급해지다보니 최형우다운 타격이 안 나오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가장 답답한 건 최형우 본인이었다. 그는 “준비는 돼있었지만 안타가 잘 나오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특별타격훈련을 자청했고, 김태균(35·한화) 등 잘 치는 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최형우에게는 첫 성인국가대표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지만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대회를 앞두고 타격폼까지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다. 그는 “그동안 내 타격폼이 정립이 안 된 상황이었다. 타격을 하면서도 계속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과의 연습경기에서는 타격폼을 바꿨다. 노스텝으로 쳤더니 안타가 나왔다”고 귀띔했다.

WBC 대표팀 최형우. 스포츠동아DB


최형우는 자유족인 오른발을 들어올리고 잡아당기는 타격을 한다. 다리를 들면 중심이동이 커져 변화구 공략에 어려움이 있지만 비거리에 도움이 된다. 반면 노스텝으로 치게 되면 정교함이 높아진다. 직구 타이밍에 방망이를 돌리다가도 변화구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KBO리그에서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노스텝 타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시적인 타개책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노스텝 타격을 시도하며 살아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최형우가 이토록 노력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대표팀 선후배들 때문이었다. 그는 “정말 고마운 게 선배, 후배, 동료들이 나에게 많은 말을 해 줬다. 장난도 치고 격려도 해주면서 용기를 심어줬다”며 “대표팀은 처음이지만 선수들을 위해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김 감독도 처음부터 끝까지 최형우를 마음으로 안았다. “자꾸 부담을 주지 마라”며 부탁하고는 “감독의 역할은 선수를 도와주는 것 아닌가. (최)형우가 잘 해줄 것이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형우는 자신을 키플레이어로 꼽은 김 감독의 말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지만 “경찰과의 연습경기부터 나아지고 있다. 타격감을 딱 찾았다고 할 수 없지만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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