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눈] 힘겨웠던 WBC 첫 경기가 남긴 숙제

입력 2017-03-07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원래 국제경기는 첫 경기가 힘든 법이다. 이기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그것이 쉽지 않다. 첫 경기만 잘하면 실타래가 풀릴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쉽다.

한국대표팀은 6일 복병 이스라엘을 만나 고전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8회까지 1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찌됐든 투수들의 릴레이 호투가 빛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선발 장원준은 4이닝 1실점으로 제몫을 해줬다. 심창민, 차우찬, 원종현, 이현승, 임창민 그리고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불펜도 실점 없이 막아냈다. 위기가 정말 많았지만 막았다. 대표팀 불펜의 승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믿고 보는 에이스 장원준

1회 3자범퇴로 출발이 좋았다. 투구수는 9개. 2회는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곧바로 2루타를 맞았다. 무사 2,3루. 하지만 위기에서 장원준은 침착했다. 2회에 볼넷 3개와 2루타 1개를 허용했지만 1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어느새 장원준은 위기에서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투수가 됐다. 4회까지 65구를 던지며 1실점.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이제 믿고 보는 대한민국의 에이스다.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7회초 2사 만루 이현승이 이스라엘 게일렌을 유격수 직선타로 아웃시킨 후 웃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7회 2사 만루, 이현승이 막았다.

7회 2사 1루에서 다섯 번째 투수 이현승을 올리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안타와 볼넷으로 2사 만루에 몰린 상황에서 연속 볼 3개를 던졌다. 볼카운트 3-0. 절체절명 순간 이현승은 연속 스트라이크 3개를 던졌고, 위기를 넘겼다. 위기는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멘탈은 사이영”이라는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3회말 2사 2루 김태균이 삼진 아웃을 당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김태균, 이대호의 한방이 아쉽다.

3,4번에 포진된 김태균과 이대호가 침묵했다. 특히 서건창의 안타로 1-1 동점을 만든 5회말 1사 1,2루에서 나란히 범타로 물러난 것이 아쉬웠다. 2006년 WBC 1회 대회의 4번타자였던 이승엽은 홈런 5개를 치며 공격을 주도했다. 2009년 WBC 2회 대회의 4번타자인 김태균도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2017년 WBC 대회에서 두 타자의 타격 컨디션이 아직 베스트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중심타선이 빠르게 터져야 팀 분위기 전체가 살아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패인이다. 최형우와 박석민이 대타로도 투입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은지도 궁금하다.


● 8회 좌투수에게 약한 데이비스에게 박희수 투입 못한 이유는?

8회 대타로 등장한 데이비스는 좌투수에게 약하다. 지난해 트리플A 성적을 보면 좌투수에게 55타수 3안타 타율 0.055로 상당히 약했다. 선발이 좌완 장원준이었기에 빠진 데이비스의 대타기용에 효과적으로 대비하지 못했다. 2루타를 맞고 1사 만루의 위기까지 몰렸다. 임창민과 오승환이 실점하지 않고 막았지만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 8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해 삼진으로 이닝을 막아낸 오승환은 진짜 대단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10회 데이비스 타석에서 다시 좌투수가 아닌 임창용으로 승부하다 볼넷을 내줬다. 왜 좌완 박희수를 끝까지 투입하지 못했는지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강했고 대표팀은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그것이 희비를 갈랐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