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욕하고, 갈취하고…‘최숙현 사망’ 그곳은 지옥이었다

입력 2020-07-0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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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린 치료사, 선배 선수의 가혹 행위, 추가 피해 진술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그곳은 생지옥이었다.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었다. 폭력과 폭언이 난무했고, 맞지 않으면 이상한 날일만큼 가혹한 일상이 계속됐다. 전 소속팀(경주시청)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감독을 지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도움으로 최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공개했다.

김규봉 감독과 무자격 운동처방사로 알려진 팀 닥터 안주현,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출신인 주장 장 모 선수 등을 고인에 대한 가혹행위 가해자로 꼽은 동료 선수들(8명·기자회견 2명 참석)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성인들이 모인 직장 운동부였으나 폭행은 일과였다. 뺨을 때리고, 발로 차고, 야구방망이까지 들었다. 훈련장에서 손을 차 손가락이 부러지고, 담배를 입에 물린 채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진 이들도 있었다.

청소기, 쇠파이프 등 눈에 보인 모든 기물은 입에 욕을 달고 살던 김 감독의 흉기가 됐고, 갓 입단한 후배와 식당을 찾은 선수는 체중관리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또 뺨을 맞았다. 합숙훈련 중 맹장수술을 받은 이는 실밥도 풀지 못한 채 훈련을 하고 수영을 강요당했다.

“술 마시는 것도 운동의 일부”라던 가해자들의 음주문화도 괴팍했다. 양동이에 폭탄주를 돌렸고, 견디다 못해 구토하면 다시 잡아와 마시게끔 했다.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도중 회식에선 고교생 선수들에게도 술을 먹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 행위는 방해와 보복·회유 등이었다. 팀을 떠나려고 하면 동의서를 써주지 않으려고 연락을 끊었고, 애써 팀을 옮겨도 경주시청 주장이 경기 중 때리고 보복을 가했다. 부조리가 알려지는 게 두려운지 외부인이나 다른 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금전갈취도 있었다. 항공료, 합숙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백만 원씩 걷었고, 무자격 팀 닥터에게 돈을 낼 수 없다고 하면 주장 선수가 “투자로 생각하라”며 강요했다. 감독 못지않게 폭행을 일삼은 무자격 팀 닥터는 치료를 빙자해 가슴과 허벅지 등 신체 부위를 만지고, 심리치료 중이던 최 선수에게는 극한으로 끌고 가 자살토록 하겠다는 폭언까지 했다.

하지만 가해자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날 최 선수 사망과 관련해 긴급 현안질의를 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증인으로 나선 이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김 감독이 핵심은 피한 채 “폭행을 몰랐던 관리감독 미흡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이다. 장 선수는 “(폭행한 적이) 없다”면서 사과 의향을 묻자 “가슴 아프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했고, 또 다른 선배 김 모 선수는 “죽음은 안타까우나 폭행하지 않았으니 미안함은 없다”는 말로 주변을 당혹스럽게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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