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소녀 헤이즈의 파란만장 랩퍼 성공기

입력 2016-02-04 1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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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사진|CJ E&M

‘언프리티 랩스타2’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우승자는 트루디, 진짜 승자는 예지’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어느 정도 수긍이가는 이야기로, 같은 맥락으로 볼 때 헤이즈는 ‘숨은 승자’ 정도로 정의 할 수 있을 듯하다.

첫 등장부터 강한 임팩트를 보여준 트루디나 ‘미친개’로 단숨에 판도를 뒤엎은 예지, 유명 걸그룹 출신 효린, 유빈, ‘쇼미더머니4’에서 출연한 전적이 있던 안수민, 캐스퍼, 클로버의 멤버로 고정팬이 탄탄한 길미, 연습생이긴 하지만 YG 소속인 문수아 등등 냉정하게 말해 헤이즈는 다른 랩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참가자였다.

하지만 몇몇 랩퍼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동안 헤이즈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했고, 결국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 이후의 생활에 대해 묻자 헤이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한테 너무 많은 걸 주었고,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단순히 정신적인 변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체감하는 삶 자체가 달라졌다.

헤이즈는 “일단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준다. ‘헤이즈다’라고 하는 분이 많더라. 또 이제는 알바(아르바이트를) 안 해도 된다. 그전에는 마치 알바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알바를 너무 많이 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헤이즈의 가치관과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헤이즈는 “그전에는 (랩 음악이)막연히 하고 싶은 거였다면, 프로그램 하면서 이젠 내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라고 이제부터는 온전히 음악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헤이즈, 사진|CJ E&M


여기서 한 가지 눈치 챌 수 있는 건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하기 전까지 헤이즈는 랩퍼로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는 점으로, 이는 헤이즈가 랩퍼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슬럼가에서 태어나 온갖 범죄에 노출돼 생과 사의 갈림길을 거쳐 랩스타가 됐다는 미국 랩퍼들의 이야기와 비교할 만한 것은 아닐지라도, 헤이즈가 랩퍼로 데뷔하게 된 과정은 그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한 것이었다.

헤이즈는 “어릴 때 첼로를 배웠고, 원래는 클래식과 발라드를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 때 미니홈피가 유행할 때 어디를 방문했는데, BGM으로 클래식컬한 발라드풍의 엄청 내 스타일 곡이 나오더라. ‘이게 뭐지?’하는데 갑자기 랩이 막 나오는 거다. 그전까지 내가 생각하는 힙합은 거친 음악이었는데, 정말 충격을 받았다. 그때 들은 곡이 프리스타일의 ‘그리고 그 후’였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랩 음악만 찾아듣기 시작했다는 헤이즈는 직접 랩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헤이즈에게 가수 혹은 랩퍼란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고만 여겨졌다.

그러다 부산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대구에 있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더 음악에 몰두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헤이즈는 “사실 경영학과를 지원한 것도 그냥 고등학교 선생님이 써줘서 갔다. 자취를 하다보니 음악에 더 빠졌고, 성적은 바닥을 쳤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띄엄띄엄 학교생활을 하던 헤이즈는 ‘두 번째 아버지’라고 따르는 성덕현 교수를 만나게 됐다.

헤이즈는 “통계학 수업을 듣는데, 그 강의를 맡은 교수님이 성뎍현 교수님이었다. 그분이 학교에서도 정말 재밌지만 정말 무서운 분으로 유명한데, 수업시간에 이어폰 끼고 혼자 가사를 쓰다가 딱 걸린 거다. 교수님이 강의 끝나고 따라오라고 했는데, 이제 학교생활이 끝났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떨었다”라고 그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헤이즈를 두고 보인 이 교수님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다. 헤이즈는 “교수님이 ‘너 뭐했냐’라고 물어서 ‘랩 가사를 썼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호통을 칠 줄 알았는데 ‘그럼 그거 하면 되지 않나’라고 하더라. 또 ‘나이를 먹어도 학교는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니 나이를 보내면 랩을 할 수 있을 거 같아?’라고 했다. 그때가 3학년 1학기 때였는데, 처음으로 가수가 될 수 있을 거 같았다”라고 교수님 덕에 개안(開眼)을 했다고 밝혔다.

헤이즈, 사진|CJ E&M


이에 헤이즈는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에게 힙합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당연하게도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헤이즈는 “아버지가 나에게 성적표를 보여주면서 ‘너보고 딱 공부 하나만 잘 하라고 했는데 이거 하나도 못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무슨 다른 걸 한다고 하느냐’라고 하는데 그 말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성적을 올리자’였다. 여지가 없었다. 무조건 올A+을 받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했고, 정말로 올 A+을 받았다. 그다음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걸 하겠다’라고 말하고 딱 1년 휴학을 허락 받았다”라고 힘들었던 상경기를 설명했다.

사실 ‘단호한 결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전과목 A+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이때부터 헤이즈는 ‘한다면 하는 아이’의 싹을 보여준 셈이다. 어쨌든 그렇게 서울로 올라온 헤이즈였지만 서울에서의 1년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헤이즈는 “서울에 와서 알바를 세탕을 뛰었다. 돈을 미친듯이 벌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2014년 1월 데뷔 싱글 ‘조금만 더 방황하고’와 3월 미니앨범 ‘HEIZE’가 나왔다. 일단 하고 싶은걸 하고 나니 다음 목표는 ‘미련을 버리자’였다. 그래서 다시 학교에 복학을 했는데, 아무리 사람취급 못 받고 더러운 꼴을 보고 했어도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지금 학교 다니는 것보다 나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또 올 A+을 받고 아버지에게 1년만 더하겠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이번 1년 안에 내가 이뤄내지 못할 것 같다면, 졸업하고 취업하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힙합씬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을 더 서울에서 구르며 나온 결과물이 2015년 1월 발매된 ‘내 남자친구가 고맙대’ 였고, 그 다음이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이었다.

헤이즈는 “데드라인이 2015년 7월이었다. 그런데 5월에 ‘언프리티 랩스타’ 섭외가 들어와 참여를 하게 됐다”고 ‘언프리티 랩스타2’는 자신이 정해둔 마지막에 찾아온 기회였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잘 알려진 대로다.

헤이즈, 사진|CJ E&M


‘뭔가를 이루겠다’는 초기의 목표만 놓고 보면 헤이즈는 이미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실제 헤이즈는 “지금은 아버지도 좋아하고 가족들 친척들 다 좋아한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진심이다”라고 행복감을 만끽했다.

애초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이제 음악이 ‘내가 가야할 길’이 된 만큼, 당분간 헤이즈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일은 없을 듯하다. 당장 2월에만도 새로운 디지털 싱글이 나올 계획이다.

헤이즈는 “내 음악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좀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거 같다. 내가 음악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솔직함이다. 내이야기를 담자는 게 내 모토다. 앞으로도 솔직한 음악을 들려주려 한다”라고 자신만의 음악색을 예고했다.

재미있는 점은 헤이즈의 원래 음악 스타일은 ‘감성 랩퍼’를 지향했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헤이즈는 ‘언프리티 랩스타2’의 미션을 수행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헤이즈는 “‘언프리티 랩스타2’는 아무래도 프로그램 특성상 공격적이고 세고 그렇기도 하고, 주어진 미션을 해야 해서 원래 내 음악과는 달랐다. 또 내 성격이 막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난 평화주의자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살도 8Kg 빠지고, 울기도 많이 울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라고 말해 ‘걸크러쉬’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언프리티 랩스타2’의 미션들이 의외로 고역이었음을 밝혔다.

이에 헤이즈는 “이제 끝나고 원래 헤이즈로 돌아왔다. 이제는 걸크러쉬도 아니고 그냥 ‘걸’이다”라며 웃어보였다.

또 새롭게 들려줄 음악도 원래 헤이즈가 추구하던 감성적인 곡이 될 전망이다. 헤이즈는 “아직 발매일이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는데, 2월 말 정도에는 나올거 같다. 일단 내 파트의 녹음은 다 마친 상황이다. 작사 작곡은 직접했고 편곡을 브라더수가 했다. 또 디어가 참여했다”라며 “나는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도 내 장점이라면 랩과 노래를 다 같이 한다는 점이다. 직접 멜로디 메이킹도 다 한다. 내가 현실적이라서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노래를 잘 만든 거 같다”라고 덧붙여 신곡에 대해 살짝 힌트를 남겼다.

끝으로 설날을 맞이해 소원을 묻자 “아무래도 가족이랑 떨어져 있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다. 앞으로 결혼을 하게되면 또 부모님과 같이 살지 못하는데, 부모님과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쉽다”라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래서 내 목표가 서울에 집을 사서 같이 사는 게 목표다”라고 또 다른 당찬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한다면 하는’ 헤이즈인 만큼 2월 발매될 싱글이 이 목표를 향한 첫 발걸음이 될 것도 자명하다.

헤이즈, 사진|CJ E&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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