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도쿄통신]일본의그룹…그들이사는법

입력 2008-1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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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사는 확실히!’ 그룹을 지어 활동하는 일본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멤버간에 묘한 거리감을 엿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지쵸카쵸(차장과장)’라는 유명 개그 듀오도 한 영화 관련 이벤트의 기자 회견에서 상대 멤버의 전화번호, 메일주소, 사는 동네 등을 전혀 모른다는 코멘트를 던졌다. 방송 출연 등을 위해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으면 사적으로 따로 소통하는 일이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올해로 데뷔 14년째인 ‘지쵸카쵸’의 두 멤버인 고모토 쥰이치와 이노우에 사토시는 신인시절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며 스타의 꿈을 함께 키워온 사이로 말없이도 통하는 찰떡 콤비다. 그런데 전화번호조차 모른다는 것은 언뜻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자아낸다. 그러나 일본 연예계의 경우 오래오래 한 그룹에서 활동할수록, 또 그 그룹의 위치가 높고 단단해질수록 멤버들 사이에 전화번호도 공유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어디에 사는 지도 모르는 관계가 대단히 끈끈하고 친밀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불화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어서 그 같은 사실을 방송 등에서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오히려 같은 그룹의 멤버이면서 사적인 영역에서도 함께 어울린다고 말하면 신기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한다. 프로페셔널로 활동하는 공적인 만남인 만큼 일본 연예계의 그룹에는 친목 단체나 친구와는 다른 관계의 속성이 작용하는 듯 하다. 다른 그룹의 연예인과는 친구가 돼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아도 오히려 지척에 있는 같은 그룹의 멤버와는 거리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한 유명그룹의 스타는 다른 멤버의 소식을 신문 기사를 통해 먼저 접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 썰렁한 관계 때문에 극단적인 파국 없이 부부와도 같은 파트너십을 오래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연예계의 그룹은 한국인의 특징인 진한 정을 포기한 대신에 시기, 권태 등 둘 이상이 모였을 때 발생하고 마는 잡음을 현명하게 걸러내며 상대에 대한 예의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불가근불가원’의 미덕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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