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감독“그만둘때가됐나봐”

입력 2009-07-1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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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선수들평상심잃어…수비에러속출
김성근 감독은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역이겠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SK 감독 김성근에게 6연패는 부임 이래 3년간 없었던 ‘이변’이었다. 그래서 강우량 150mm가 넘는 비 예보를 무릅쓰고, 삼성전 우천순연이 기정사실이었던 12일 문학구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감독은 똑같이 무뚝뚝했고, 목표를 정하면 계획을 짜고 그것을 행해 생각과 행동을 편집증적으로 집중시키는 ‘행동인’으로 처신했다. 6연패의 현실을 꺼내자 “그만둘 때가 됐나봐?”라고 받아쳤다. “내가 그만두면 여럿 좋아하겠지?”라고 쐐기를 박았다. 야구에, 승부에 지지 않겠단 노장의 ‘오기’로 들렸다.

○SK는 왜 지고 있는가?

제일 먼저 김 감독은 ‘선수들이 평상심을 잃었다’고 요약했다. 연패를 끊으려 너무 잘 하려다보니 수비 에러가 속출한다는 진단이었다. “계산으론 6패 중 4번은 이겨야 될 경기”라고도 했다. 중심타선의 해결 능력 부족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여기다 이호준-김재현-박재홍이 지명타자로나 써야 될 몸이기에 포지션 중복의 문제에 관한 고민도 드러냈다. 더 큰 고민은 SK야구의 색깔인 ‘전원야구’가 안 되는 현실. “지금까지 정근우와 박재상이 1-2번에서 이끌어줬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이제 떨어지고 있다. 다른 선수로 바꿔줘야 되는데 없다.”

김 감독이 공을 들였던 조동화는 끝내 빛을 못 보고 2군으로 내려갔다. 갈아 낄 선수가 없다보니 에러를 저질러도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하나의 불안요소는 박경완을 대체하고 있는 포수 정상호. “정상호가 아니면 우리가 7연승을 했을까? 그러나 정상호가 아니라 박경완이었으면 우리가 6연패까지 갔을까?”란 말 속에 고민이 담겨있다. 즉 ‘대박, 아니면 쪽박’인 정상호식 게임운영의 불확실성에 김 감독은 불안감을 느끼는 셈이다.

○SK의 6연패는 ‘좋은 현상’

아울러 김 감독은 SK를 최강으로 보는 세간의 인식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6연패 전까지 순탄하게 온 것이 오히려 이변이란 시각이었다. 이진영, 박경완이 없는 사정에서 6연패는 올 것이 왔다는 쪽에 가깝다고 봤다. 다만 김 감독은 SK가 6연패까지 몰린 현상의 이면엔 상대의 재빠른 대응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SK도 그 자극에 둔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면에서 프로야구 전체를 생각하면 ‘좋은 현상’이란 역설의 해석을 달았다.

어쨌든 6연패 탓에 김 감독은 ‘80승 대망론’이 어려워졌음을 시사했다. 또 “전체 순위판도도 끝날 때까지 모르게 됐다”고 내다봤다. 암울한 예언에 비례해 김 감독의 산책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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