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평소중간만해도될것을…남편은왜사서고생인지

입력 2009-09-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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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맞벌이 부부지만 남편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평일에는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도통 아침밥을 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애교를 부려가면서 “자기야∼ 오늘은 자기가 아침 좀 하면 안 될까?”하고 말했죠.

그러자 남편은 억지로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더군요. 그리곤 귀찮은 표정으로 말로는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영 진심 같지 않았어요.

부엌에 간 남편은 일단 밀린 설거지부터 시작하더군요. 막상 방에 누워있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식탁에 앉아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된장국 끓이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더군요. 물도 끓지 않았는데 그대로 각종재료를 마구 넣기 시작하더니만 간도 한 번 안보고 그대로 냄비뚜껑을 닫는 겁니다.

그렇게 성의 없이 요리를 하니 덩달아 제 기분도 나빠졌습니다. 된장국 맛이요? 성의 없이 끓인 된장국이 맛있을 수가 없죠. 둘 다 말 한마디 없이 밥만 먹었는데요. 다 먹고 나자 남편은 상을 치우더니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저도 남편이 컴퓨터를 하는 동안 누워서 TV만 봤죠. 그러다 도저히 남편 얼굴 보기가 싫어서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갈 데가 없어서 찜질방에 갔습니다. 10시가 다 돼서야 어디 갔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서운함에 답문도 안하고 자정까지 찜질방에서 버티다가 못이기는 척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한 주를 맞이했고, 남편은 미안했는지 주중에 술을 한 잔 마시고 들어오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그리곤 다음 날에 저녁을 사줬는데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서 저도 마음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지난주 토요일 남편이 저녁부터 장을 본다고 수선을 떨더니, 일요일 아침에는 저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만드는 게 아니겠어요?

뒤에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지난번과는 다른 태도로 부산스럽게 움직이면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이 무슨 수를 썼는지 제육볶음과 어묵탕도 간을 딱 맞춰서 했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길래, 지난번에 중간만 했어도 오늘 이 고생은 안 하잖아.”

그러자 남편은 “아니야, 내가 원래 제육볶음 해주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아무튼 남편이 해준 밥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왜 남자들은 평소에 중간만 하면 되는 걸 못해서 여자 맘 서운하게 하고, 저렇게 고생을 해서 만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From. 서울시 강동구 | 전현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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