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eye]中탁구팬 “귀화선수도 중국인”

입력 2012-08-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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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beetlez@donga.com

“싱가포르 짜유(加油·중국어 표기는 ‘자유’)!” “홍콩 짜유!”

런던 올림픽 탁구경기가 열린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거의 매일 들리던 외침입니다. ‘짜유’는 중국어로 ‘힘내라’는 뜻이지요. 중국이 왜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세계 각국 탁구대표팀에는 ‘중국계 귀화 선수’가 많기 때문이라네요. 중국 탁구는 런던 올림픽에서 남녀 단식과 단체전을 석권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입니다.

아시아권 국가들은 중국 선수를 자국 선수로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인이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거죠. 싱가포르 대표팀의 리자웨이, 펑톈웨이 등은 중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스타 출신입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중국 관광객 리지하오 씨(48)는 “외국에 나가 있는 귀화 선수도 중국인이다. 그들이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짜유’를 외친다”고 했습니다.

한국 여자탁구도 석하정과 당예서가 중국 귀화 선수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이들이 여자단식과 복식경기를 할 때는 오히려 한국의 상대 국가를 응원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의 라이벌이 한국이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이제 탁구도 ‘순혈주의’가 깨지는 분위기입니다. 후쿠하라 아이, 이시카와 가쓰미 같은 차세대 스타를 보유한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다문화시대’에 탁구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그러나 1970, 80년대 한국 탁구를 생각해 봅니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을 제패한 이에리사와 정현숙,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단식 유남규와 여자복식 양영자-현정화가 있었습니다. 외국 선수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한국 탁구는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현정화 탁구대표팀 총감독은 “한국은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싱가포르까지 쫓아가야 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여자탁구가 남자 못지않은 힘과 기술을 갖춘 중국을 잡으려면 유소년 선수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키워야 한다는 얘기였죠.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차장
‘톱10’ 진입.

언제나 메달을 노리던 한국 마라톤의 런던 올림픽 목표다.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1936년 베를린 금메달(손기정), 1992년 바르셀로나 금메달(황영조), 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이봉주)을 따낸 한국 마라톤이 이젠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가 됐다. 국내 마라톤의 전반적 퇴보도 있지만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검은 대륙’ 아프리카 선수들의 성장세가 너무 거세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 정진혁(22·건국대)이 ‘마라톤 한국’의 가능성 되찾기에 나선다. 47개 종목 중 유일하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국제경쟁력을 입증한 마라톤에서 다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이번 올림픽 출전의 최대 목표다. 2시간4분대는 물론이고 2시간6, 7분대 선수가 즐비한 케냐와의 경쟁에서 10위 안에 들면 다음 대회에선 메달 경쟁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진혁은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국제 2위, 국내 1위를 차지하며 등장한 샛별. 당시 비가 오는 가운데 2시간9분28초로 역대 7위, 현역 2위 기록을 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2시간7분대도 가능했다는 평가. 그만큼 스피드가 좋다. 2시간4분대를 달리는 아프리카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스피드가 필수다. 정진혁이 한국 마라톤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훈련도 잘 마쳤다. 해발 1800m 고지인 중국 쿤밍에서 30km와 40km 장거리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고 날씨가 선선한 일본 홋카이도의 지토세에서 스피드도 끌어올렸다. 1일 런던에 입성해 현지 적응훈련까지 마치고 현재 마지막으로 ‘지옥의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3일간 고기 위주로 먹고 3일간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 근육 속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쌓는 것으로 잘 마치면 컨디션이 배가된다.

유영훈 남자마라톤대표팀 코치(건국대)는 “금메달을 다투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눈치작전이 예상되는 데다 날씨가 더워 선수들이 섣불리 치고 나가진 못할 것이다. 선두권 후미를 지속적으로 따라붙는다면 목표로 한 10위 안엔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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