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쾌걸 조로보다 더 유쾌한 ‘이중생활’ 영웅의 원조

입력 2013-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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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프랑스혁명을 다루고 있지만 영웅과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즐겁고 경쾌하다. 주인공 ‘퍼시’ 역은 박건형·박광현·한지상이 맡아 매력을 저울질하기 힘든 3인3색 연기를 펼친다. 사진제공|CJ E&M

■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프랑스 혁명 주제 가볍고 경쾌하게 해석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 ‘명불허전’
3인 3색 ‘퍼시’ 연기…어떤 배우를 볼까?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들어서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솔직히 시큰둥했다.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를 이미 관람한 터라 “또 프랑스혁명이야?”싶었다.

‘스칼렛 핌퍼넬’은 영국의 한량 귀족 퍼시가 친구들과 함께 비밀결사대를 조직해 프랑스 혁명 후 공포정치에 떨고 있는 프랑스 시민들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비밀결사대의 이름은 ‘더 리그’. 주된 활동은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무고한 희생자를 구출하는 것이다.


● ‘이중생활 영웅’의 원조 ‘스칼렛 핌퍼넬’

하지만 공연 전의 ‘시큰둥함’이 ‘와아! 재밌어’로 바뀌는 데에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지닌, 숨이 턱턱 막히는 무거움의 자리를 솜털처럼 가볍고 경쾌함이 대신했다. ‘레미제라블’과 ‘두 도시 이야기’가 자유와 평화, 정의를 위한 ‘행군’이라면, ‘스칼렛 핌퍼넬’은 ‘탭댄스’를 추며 전진하는 느낌이랄까.

‘스칼렛 핌퍼넬’은 ‘아이언맨보다 위트있고, 배트맨보다 섹시하고, 스파이더맨보다 로맨틱한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웅 ‘퍼시’는 낮에는 화려한 영국의 귀족, 밤에는 프랑스 공포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결사대의 수장이라는 이중생활을 한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 조로와 같은 ‘이중생활 영웅’ 캐릭터들의 원조가 ‘스칼렛 핌퍼넬’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영국의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우리나라에는 ‘빨강 별꽃’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왜 ‘스칼렛 핌퍼넬’인가 하면 퍼시 결사대가 사람을 구출할 때마다 별 모양의 빨간 꽃(스칼렛 핌퍼넬)이 새겨진 노트를 현장에 남기기 때문이다


● 넘버들은 결혼축가·해병대 홍보송으로 활용되기도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명불허전이다. ‘스칼렛 핌퍼넬’의 넘버(뮤지컬 노래)들이 무대 밖에서도 크게 사랑받았다는 점도 재밌다. 퍼시와 연인 마그리트가 부르는 ‘유 아 마이 홈’(You are my home)은 199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TOP40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결혼식 축가로도 애용되는 익숙한 곡이다.

“다 함께 불길 속으로 뛰어들자”는 ‘스칼렛 핌퍼넬’의 주제가 ‘인투 더 파이어’(into the fire)는 미국 해병대의 홍보용 곡으로 사용됐다.

‘스칼렛 핌퍼넬’은 볼거리가 들을거리에 꿀리지 않는 작품이다. 귀족문화의 상징이자 18세기 유럽을 휩쓴 로코코양식의 우아한 귀족패션쇼장에 앉아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인 영국 궁정의 가면무도회 장면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남자관객이라면 무대 위 훈남들의 화려한 패션쇼에 눈을 떼지 못하는 여자친구의 옆모습을 보며 ‘보람 반 질투 반’의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박건형·박광현·한지상이 3인 3색의 퍼시를 연기한다. 연인 마그리트는 김선영과 바다가 맡았다.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과 연기·노래 컬러가 워낙 달라 ‘어느 조합으로 봐야 하나’하는 즐거운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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