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범’ 손예진 “이상형,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람”

입력 2013-10-16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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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은 “내 어린 시절은 꿩이 살고 있는 산에 집이 있는 시골소녀였다”라며 “나이가 드니 그곳이 그립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손예진(31)은 어떤 작품을 해도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손까지 예쁘다’는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장식했을 정도다. 이처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내던 그가 예쁜 모습을 쏙 빼고 영화 ‘공범’으로 돌아왔다.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에서 손예진은 유괴 살인사건 공소시효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아빠(김갑수)가 범죄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인한 의심을 시작하는 딸 다은 역을 맡았다.

손예진은 이번에도 신인감독과 손을 잡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지만 ‘백야행’ ‘오싹한 연애’ 등 신인 감독들의 입봉작과 인연이 깊다. 그 역시 영문을 모르겠지만 묘한 운명이라고 했다.

“저는 감독님들 입봉시켜주는 운명인가 봐요. 하하. 늘 신인 감독과의 작업은 고민이 많이 되죠. 그런데 ‘공범’은 시나리오부터 느낌이 강했어요. 가족을 범죄자로 의심하는 소름끼치는 이야기잖아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배우의 감정을 잘 담아내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았어요.”

느낌이 강한 영화만큼 손예진은 끊임없이 감정을 토해내는 연기를 펼쳐야 했다. 사랑했던 가족을 잔인하리만큼 의심하는 연기는 어느 작품보다 어려웠다. 후반부에는 탈진을 해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을 만큼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그만큼 외롭기도 했다.

“촬영하며 참 많이 외로웠어요. 아빠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김갑수 선배에게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범죄자라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잖아요. 연기를 하며 감정이 무너지고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심지어 우울증까지 왔어요.”

함께 연기를 한 김갑수와의 만남도 빼놓지 않았다. 드라마 ‘연애시대’에 이어 두 번째 부녀지간이다. 손예진은 “드라마를 찍을 때 김갑수 선배님을 2~3번 만났지만 아버지라는 이유로 의지가 됐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갑수 선배님의 연기가 놀라웠어요. 말투 하나, 반응 하나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특히 선배님께서 ‘아빠한테 왜 그래?’하시며 눈물 한 방울을 뚝 떨어뜨릴 때 눈이 빨갛게 충혈 되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마음이 아프면서도 감탄했어요. 그래서 연기 비법을 알려달라고 조르니까 영업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주시는 거 있죠?(웃음)”

실제 손예진은 어떤 딸일까. 그는 “성격이 워낙 무뚝뚝해서 애교 있는 딸은 아니다”며 “모든 가족이 그렇듯이 서로 소소한 담소는 나누지만 어려움을 굳이 부모님께 알리기는 싫다”고 말했다.

배우 손예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가족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손예진은 “34살이 되면 꼭 결혼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상형요? 끊임없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좋아요. 여자들은 대부분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말투에서 관심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 차이를 아는 남자가 좋더라고요. 참 어렵네요. 하하.”

손예진은 올해 ‘타워’부터 ‘공범’, ‘상어’ 그리고 ‘해적 : 바다로 간 해적’까지 다수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20대부터 꾸준한 활동을 했지만 그때는 일을 즐기지 못했다고 했다. 30대가 된 지금은 연기자로서 재미를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인생이 허무해질 때가 있죠. 저도 사람인데…. 배우를 안 했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도 하고요. 20대에는 일만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을 즐기지 못했어요. 늘 연기가 완벽하길 바랐죠. 제대로 안 나오면 잠도 못 자고 예민해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한계를 인정하니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제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으로 과거를 돌아볼 수 있으니 감사해요.”

현재 손예진은 영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촬영을 하고 있다. 요즘 액션스쿨에 들어가 와이어 액션과 무술을 배우며 카리스마 있는 해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평소 운동신경이 있는 그는 “운동을 꽤나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꾸 틀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액션을 많이 해야겠다”며 웃었다.

“드라마 ‘상어’를 찍고 정말 쉬고 싶었는데 ‘해적’을 보니 아깝더라고요. 여자 해적이라는 캐릭터가 독특하잖아요. 놓치기 싫어서 쉬지 않고 하기로 결정했어요. 흥미있는 작품이라면 쉬지 않고 계속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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