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박스] ‘억대연봉’ 장제의 모든 것…‘장제의 정석’ 출간

입력 2013-12-08 17:09:39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대의 ‘워너비 직업’ 장제사를 아시나요?

억대 연봉에 알면 재미있는 ‘장제사’
‘장제 장인’ 김태인 씨 ‘장제의 정석’ 출간


장 제사를 아시나요? 설마 장례식장에서 제사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요? 그렇습니다. 말의 발굽이나 편자의 상태를 점검해 말에게 적합한 편자를 장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결코 제사장이 아닙니다) 그동안 힘들고 위험한 일로만 여겨졌던 장제사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답니다. 한번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억대 연봉… 떠오르는 유망직업 장제사

‘이태백’이라고 들어보셨지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최고 시인’이라고 답하면 귀 막고 눈감고 사는 ‘센스없는’ 분이죠. 맞습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입니다. 취업의 벽이 에베레스트보다 높고 ‘80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장제사죠.

이미 말 산업은 젊은이들의 ‘워너비 직업’이 됐죠. 실제로 지난 해 말조련사, 재활승마치료사 그리고 장제사 등 세 분야에 대한 제1회 말산업 국가공인자격시험이 치러졌는데 경쟁률이 45대1이나 됐다는군요. 또 최는 한국마사회가 실시한 장제 보조 교육생 모집에 1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 도대체 장제가 뭡니까? 그까이꺼 대충 말 발톱이나 깎아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사실 말은 인류의 오랜 친구이자 은인이죠. 말이 없었다면 칭기스칸의 대제국도 없었을 것입니다. ‘달리는 것’이 본분인 말에게 장제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우리 사람도 손톱 밑에 가시만 박혀도 아픈 것은 물론 방치했다간 곪고 심하면 손톱이 빠지기도 합니다. 발로 뛰는 말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발끝에서 시작된 작은 질병이 잦은 파행으로 악화돼 결국 사람을 태우거나 제대로 달릴 수 없게 만들지요. 특히 경마나 승마에서 달릴 수 없는 말은 ‘똥말’보다 더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이죠. 말 발굽 관리가 이렇게 중요하답니다.


● 20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장제…제대로 된 토종 ‘장제서’ 하나 없었다니…

‘개 발에 편자’라는 속담 들어보셨지요? 옷차림이나 지닌 물건 따위가 제격에 맞지 않을 때 쓰는 말입니다. 편자가 바로 말 발바닥에 박는 쇠, 일종의 말의 신발이죠. 이 말 신발을 만드는 게 바로 장제입니다.

국내 장제의 역사는 2000여 년 이상이라고 하네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도 등장하고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래된 장제역사지만 그동안 우리 실정에 맞는 장제책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책을 번역했거나 한자 등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요즘 장제사를 지망하는 20대들이나 초보 장제사에겐 ‘아, 그렇구나!’하는 감탄사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죠.


● 30년 경력 1급 장제사가 몸으로 쓴 장제서 ‘장제의 정석’

그런데 이제는 장제에 대한 갈증을 좀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제의 역사를 필두로 말 몸의 구조나 편자 제작은 물론 말굽의 질병과 각종 기능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책 제목은 ‘장제의 정석(플러스81스튜디오 펴냄)’. 고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처럼 책 제목이 좀 딱딱하지만 말 그대로 ‘정석’을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체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해 생생함으로 더했고 400여 장에 달하는 사진도 첨부돼 이해를 도왔습니다.

그 책을 누가 썼는지 궁금하시죠? 저자는 한국 마사회 소속으로 30여 년간 말의 신발을 만들어 온 장인이자 국내에서 톱5 안에 드는 1급 장제사인 김태인 장인입니다. 김 씨는 말의 걷는 모습과 소리만 들어도 말굽과 편자의 문제점을 콕 찍어내는 ‘도사’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동안 ‘한반도 장제의 역사’ 등 굵직한 장제서 몇 권을 썼고 호주 일본 등의 장제책을 많이 번역했습니다. 아무튼 김 씨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