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발매소 현장을 가다] 주민 쉼터로 기획된 분당지사, 홍콩서도 벤치마킹

입력 2014-08-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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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당 장외발매소는 다양한 문화교실과 사회공헌활동으로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 잡았다. 운영방법에 따라 장외발매소도 주민 친화적인 시설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공사례다. 한번에 500∼600명이 참가할 만큼 인기가 높은 노래교실. 2. 찾아가는 승마체험 프로그램 ‘馬음속의 말’은 일선학교로부터 방문 요청이 쏟아진다. 3.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목요일에 운영되는 골프교실. 4. 분당 지사가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가 올해 3월 ‘사랑으로 한마음 희망 콘서트’에 출연한 모습. 사진제공|한국마사회

3. 분당 장외발매소

500∼600명 참가 대규모 노래교실 화제
탁구·골프·무용 등 무료로 강좌 운영도
승마교실·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도 호응

“2002년 개장한 분당지사는 철저하게 기획된 장외발매소의 혁신모델이다. 지하 4층, 지상 5층 건물 전체를 장외발매소와 문화센터의 복합시설로 설계됐다. 장외발매소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로 만들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의지가 반영됐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통로와 계단이 넓게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다.”

10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로의 한국마사회 분당 장외발매소. 김종국(54) 분당지사장 겸 강남권역 본부장이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의 성공적인 변신사례로 꼽히는 분당 지사를 들여다봤다.


● 500∼600명 참가 매머드급 노래교실 화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은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지상최대의 노래방으로 변신한다. 수만 명의 관중이 일제히 부르는 응원가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실외에 ‘사직 노래방’이 있다면 실내에는 ‘분당 노래방’이 있다. 분당 장외발매소가 운영하는 메머드급 노래교실 얘기다. 한번에 500∼600명이 참가할 만큼 인기가 높다

노래교실의 회장을 맡고 있는 오복남(59·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분당지사의 노래교실을 개장 때부터 13년째 다니고 있다. 노래교실에 가면 정말 살맛이 난다. 주부가 어디 가서 이렇게 목청껏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겠는가. 가까운 곳에 장외발매소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분당 지사는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목요일에 건물 전체를 문화센터로 개방하고 있다. 현재 생활체육(탁구, 골프, 헬스, 필라테스), 음악(노래, 아코디언, 여성합창), 댄스(한국무용, 웰빙댄스, 차밍댄스, 댄스스포츠), 기타(꽃꽂이, 장구)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중이다. 깨끗하고 고급스런 시설에 강사의 수준이 높다. 무엇보다 수강료가 무료라는 장점 덕분에 연간 6만 명의 주민이 이용한다. 회원들의 만족도도 높아 지난해 정부주관 만족도 조사에서 97.6점을 받았다. 이 덕분에 분당지사는 성남시의 평생교육학습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종국 지사장은 “장외발매소는 한때 도박시설이라는 이유로 위치한 지역 주민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분당 지사는 개장이후 단 한번도 민원이 없었다. 결국 어떻게 기획되고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다. 분당 지사는 이후 만들어진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의 운영 샘플이 됐다”고 말했다.


● 다문화가정오케스트라·찾아가는 승마교실도 큰 호응

분당 장외발매소의 지역 기여는 문화센터 운영에 끝나지 않는다. 한국마사회의 선진 모델답게 개장 이래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역상생 사업장으로 자리 잡았다. 분당 지사의 사회공헌활동 중 단연 돋보이는 건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운영이다.

분당 지사는 지난해 5월 성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코리아뮤지큐오케스트라와 함께 다문화가정 청소년 3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공기업(마사회)은 강습료를, 지자체(성남시)는 연습실을, 예술단체(코리아뮤지큐)는 악기를 지원해 일궈낸 성과였다.

이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주승숙(60·여) 코리아뮤지큐오케스트라 대표는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예술’을 사회공헌의 도구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분당 지사의 진정성을 느꼈다”며 “성남시에는 현재 4100세대의 다문화가정이 있다. 자칫 정체성 갈등을 겪을 수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자긍심과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꿈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주 대표는 이어 “이들의 연주가 다민족국가가 된 대한민국을 똘똘 묶는 화합의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정오케스트라는 3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랑으로 한마음 희망 콘서트’에 출연해 그 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선보였다.

분당 장외발매소의 초등학교로 찾아가는 승마교실 ‘馬음속의 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분당의 안말, 당촌, 서현초등학교에서 진행한 행사에 5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말과 교감하는 특별한 체험을 했다. 김종국 지사장은 “말 전문기관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승마교실을 운영해서인지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다”며 “관내 학교 교감 선생님들로부터 우리 학교에도 와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분당 지사는 직원과 문화센터 회원들로 구성된 ‘분당 엔젤스’ 봉사단을 결성해 탄천 정화활동, 길거리 청소, 독거노인 밑반찬 배달, 문화공연, 김장봉사 등 다양한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 같은 분당지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며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5일 베트남 공기업이 중랑 장외발매소 운영상황을 견학한 데 이어, 16일에는 홍콩 자키클럽 관계자 50명이 문화센터 시설과 서비스를 둘러보고 갔다.<끝>

성남|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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