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시아] 꼴찌 라오스 축구가 보여준 희망

입력 2014-09-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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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조별예선 최종전 한국 대 라오스 경기. 스포츠동아DB

2014인천아시안게임 준비에 주어진 시간은 딱 1주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은 뚜렷했다. 물론 긍정의 의미에서다.

동남아에서도 약소국으로 꼽히는 라오스는 대회 출전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현지 최대 인기스포츠인 남자축구에서 개최국 한국을 비롯해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등 막강 전력의 상대들과 같은 조(A조)에 편성됐지만, 오히려 즐거워했다. “언제 저런 강호들과 싸울 기회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정말 그랬다. ‘즐겁게’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임한 라오스는 잘 싸웠다. 3전패, 무득점, 조별리그 꼴찌(4위)라는 성적표는 그들에게 결코 참담하지 않았다. 사우디에 0-3, 말레이시아에 0-4로 패했다. 그리고 한국을 상대로 21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얻은 0-2 패배는 결코 쓰라리지 않았다.

라오스는 1990년 베이징대회를 기점으로 꾸준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왔다. 축구는 이번이 2번째 출전이었다. 1998년 방콕대회에 처음 나서서 카자흐스탄, 이란에 잇달아 5골차로 무너졌다. 이번 대회도 3전패로 마감했으니, 성적이란 측면에선 별 차이가 없다.

그래도 라오스를 이끈 잉글랜드 출신 데이비드 부스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반슬리와 그림스비타운(이상 잉글랜드) 등지에서 무명 선수로 뛴 그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긴급 투입된 소방수였다. 전임 감독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지휘봉을 잡았다. 라오스축구협회와는 정식 계약도 못했다. 주어진 시간은 딱 1주일. 미래를 위해 20세 이하 젊은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라오스축구가 경험만 쌓은 것은 아니었다. 굉장히 희망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력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스 감독은 사실 ‘동남아축구 전문가’에 가깝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잠시 생활했을 뿐, 사령탑 생활의 대부분을 인도, 캄보디아, 태국, 몰디브의 프로팀들에서 보냈다. 라오스에서도 세미프로 라오 도요타를 이끌다가 아시안게임 사령탑을 맡게 됐다. 그만큼 현지 선수들을 잘 알고,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상대국 전력만 좀더 빨리 분석할 수 있었다면, 정말 큰일을 저지를 뻔했다.

화성|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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