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돌 말고 배우 이준호

입력 2015-04-16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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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호는 “일단 2PM으로 시작했으니까 2PM으로 끝을 보고 싶다. 좀더 나이를 먹으면 멤버들과 2PM과 각자 개인 스케줄을 조율해서 활동할 것”이라며 “연기와 음악 둘 다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2PM 멤버 겸 배우 이준호는 지금까지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스크린 데뷔작 ‘감시자들’(2013)부터 조연으로 참여한 ‘협녀’ 그리고 주연작 ‘스물’까지.

놀라운 점은 그가 단 세 편 만에 주연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아이돌 인기에 편승한 결과”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평하기에는 이준호의 연기력이 여느 배우 못지않게 출중하다. 그는 이미 ‘아이돌 치고’ 잘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사실 ‘감시자들’ 캐스팅만 하더라도 대중의 반응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연기력을 검증받은 적 없는 아이돌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쏟아졌다. 그럴수록 이준호는 더 열심히 준비했다. ‘연기 한번 해봐야지’라는 가벼운 마인드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죠. 고등학생 때 ‘슈퍼스타 서바이벌’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당시 가수로 지망했어요. 춤과 노래도 좋아했으니까요. 가수가 좋고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이 더 강하긴 했지만 원래 연기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연기학과에 지원한 거예요. 아쉽게도 2PM 활동하느라 바빠서 학업에 열중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연기할 ‘때’를 위해 그 끈을 놓지 않았어요.”

그 나름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첫 작품이었지만 이준호는 연기력 논란 없이 합격점을 받았다.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등 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 또한 밀리지 않았다.

“반응이 좋아서 기뻤어요. 그렇지만 ‘내가 뭘 했다고 칭찬해주시나’하는 생각도 했죠. 그래서 칭찬받는 김에 ‘이 칭찬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다음 작품에서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스물’이 먼저 개봉하긴 했지만 이준호는 ‘스물’ 이전에 ‘협녀’를 찍었다. ‘협녀’에서는 설희에게 사랑을 느끼는 젊은 무사 율을 맡았다. 이준호는 “‘협녀’에서는 조연이기 때문에 분량이 많지 않다. 그렇게 차곡차곡 해나가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특히 때로는 남자 같은 ‘연하남’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속사 식구인 미쓰에이 수지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안 된다. 내가 건드리면 국민들에게(?) 혼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그리고 지난해 여름 ‘스물’을 만났다. 그는 동갑내기 스무살 친구 치호 경재 동우의 청춘을 그린 영화 ‘스물’에서 동우를 연기했다.

만화가를 꿈꾸는 동우는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인물. 잘 사는 치호와 ‘엄친아’ 경재에 비해 현실적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평범하기에 절대 튀지 않아야 했다. 항상 돋보여야 하는 아이돌과 정반대인 것.

“영화를 시작하면서 애시 당초 비주얼에 대한 생각은 버렸어요. 그런 걸 지키려다가 더 큰 걸 잃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러면 아이돌만 하지 왜 연기에 도전하겠어요. 맡은 캐릭터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에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웃음)”

마음을 다 비운 이준호를 끌어당긴 것은 동우의 ‘현실적인 면’이었다. 이준호는 “동우에게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있더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내심 기대했다”면서 “많이 힘들었던 17살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많은 가수 겸 연기자들이 그러하듯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이준호는 ‘스물’ 촬영 당시 일본에서 솔로 투어를 하고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단체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멤버들과 다같이 2PM으로 컴백해 ‘미친 거 아니야’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소화한 지난해 여름을 회상하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바빴네요. 영화 촬영이 새벽 6~7시에 끝나면 곧장 2PM 무대를 위해서 방송국으로 갔어요. 차에서 30분이라도 자려 해도 잠이 안 와요. 너무 피곤하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피곤한 게 뭐가 문제겠어요.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 감당 못하면 안 하는 게 낫죠. 휴식을 포기해서라도 욕심내서 둘 다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멤버들의 배려와 촬영 스태프의 도움으로 문제없이 해냈다. 다음 해결 과제는 영화 속 ‘동우’와 ‘아이돌 준호’의 전환을 자유자재로 해내는 것이었다. 삶이 처절한 동우와 달리 ‘미친 거 아니야’는 신 나게 뛰어 노는 댄스곡이었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간극이 상당했다.

“사실 2PM 활동을 하러 가면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살짝 어색했죠. 멤버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제가 계속 ‘동우’였기 때문이에요. 거기서 빠른 시간 안에 음악에 심취해야 했고 그게 끝나면 다시 동우가 돼야 했어요. 저에게 큰 숙제였죠.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마인드 컨트롤을 열심히 했어요. 다행히 저는 몰입하면 빨리 바뀌는 편이에요. 하다보니 나중에는 자유자재로 되더라고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준호는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 그는 홀로 상대의 대사를 외우고 머릿속에서 대사를 주고받았다. 찬성 택연 닉쿤 그리고 우영 등 멤버 대부분이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따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왜 일까.

“멤버들과 서로의 연기에 대해 터치하지 않아요. 자기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믿어요. 정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하겠지만 그 외에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서로 불안해하지 않아요. 다 알아서 책임감 있는 친구들이니까요. 그게 정말 좋아요.”

그러고 보면 크고 작은 스캔들을 겪은 멤버들과 달리 이준호는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 그 흔한 열애설도 없었다.

“데뷔하고 나서 좋은 감정을 공유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일단 제가 해야 할 1순위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한번 빠지면 깊게 빠지는 스타일인 걸 스스로 알아요. 그래서 뭔가 관계를 진전시키기에는 애매했고 일을 더 해야 했죠. 좋은 감정이 있어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일’을 했어요.”

이 정도면 진정한 ‘워커홀릭’이다. 이준호는 “지금도 연애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 휴가보다 일이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애에 대한 가능성에 ‘철벽’을 쌓지는 않았다.

“동우에 가깝긴 하지만 때로는 적극적이기도 하고 소극적일 때도 있어요. 뭐 연상이든 연하든 좋으니까 다 오라 그래요. 그때는 저도 적극적으로 한번 해볼게요. (웃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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