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토론회 열어 호남참패 분석… ‘金 셀프 공천 탓’ vs ‘文 호남 홀대 탓’

입력 2016-04-29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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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토론회 열어 호남참패 분석… ‘金 셀프 공천 탓’ vs ‘文 호남 홀대 탓’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참패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28일 당 민주정책연구원과 강기정·홍종학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호남 총선 평가: 성찰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 중 겨우 3석만 차지한 것은 그동안 더민주가 호남에서 누린 기득권과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 지도부의 전략적 부재·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호남 참패의 원인으로 무기력한 선대위와 김종인 위원장의 독선, 공천 참사에 따른 공조직 분열, 비례대표 파문, 광주 북갑에서 출마한 정준호 발언 파문(문재인 대선 불출마요구), 호남 정책 및 전략 부재, 위기관리시스템 부재, 일관성 있는 메시지 및 캠페인 전략 부재를 꼽았다.

안 대표는 이어 “호남에서 더민주의 정치적 구태와 호남 홀대론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호남에서 반노무현, 반문재인, 반더민주에 대한 여론이 고착됐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또 “비례파동 직후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간 ‘당 정체성’ 신경전이 불거졌던 3월 25일부터 31일 사이 발생한 주요 이슈들이 정당 지지도와 지역구 후보지지도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호남 홀대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응해왔다”며 “2012년 대선 경선과 2015년 전대에서 노출된 호남 홀대론을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서는 지지층을 결집했다는 평가와 불리한 판세를 더 기울게 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문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와 정계은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면서 문 전대표에 대한 신임으로 선거 구도가 단순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오해다’ ‘선동이다’ ‘나는 억울하다’라는 식이었다”며 “이런 것들이 선거라는 압축된 상황 속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덜 떨어져서 문재인 비토 정서를 만들어냈다는 것인가’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좀 더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평했다.

반면 김윤철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특히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며 “유력한 대선후보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원유세에 대해 “‘친노패권주의’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풀이했습니다.
새로운 김종인 지도부가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주병에서 낙선한 김성주 의원은 김 대표에 대해 “셀프공천 논란과 비례대표 공천 혼란, 국보위 참여 전력 때문에 오히려 (지원유세를) 올 때마다 공격의 단골소재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남 나주·화순에서 재선에 실패한 신정훈 의원도 “반문재인 정서는 기본적인 상수였지만 이것을 구조적으로 고착한 것은 새 지도부가 민주성을 상실하고 기존 지도부의 패권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결정적으로 셀프공천 과정에서 김종인 지도부에 대한 실망이 고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호남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호남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인사말에서 “안철수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진다고 해도 첫 출마라 재기를 노리며 국민의당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호남을 재탈환하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의당의 새누리당과 연립정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동반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그런 정치적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광주 북구갑) 의원은 “당 지도부는 호남을 그냥 놔두다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합당, 국민의당을 호남 시·도당으로 전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필리버스터를 통해 더민주 지지율이 회복됐었다. 정책이슈를 부각해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어야 했는데, 김종인 대표가 셀프공천하면서 그 기회를 잃었다”고도 덧붙였다.

광주·전남의 유일한 당선인인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호남 유권자는 우리를 야당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기득권 세력이고 그에 대한 반발 심리가 광범위하다”라고 말했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도 주제 발표를 통해 “김종인 대표의 영입부터 나타났던 일련의 메세지와 정책들을 통해 호남의 유권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더민주를 ‘새누리당 2중대’로 인식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국보위 논란을 말하지는 않겠는데, 기존의 호남이 지지하는 야당이 고수하고 지켜내고 있던 이념적 입장을 (더민주가) 상당 부분 포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우리 당’ ‘나의 당’이라는 의식, 정당 일체감이 이완됐다”고 평가했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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