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입력 2016-05-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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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
부친 한승원 작가 “딸은 이미 나를 넘어서”

소설가 한강(46·서울예술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사진)이 한국 작가 중 최초로 영국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보이드 톤킨 문학선임기자는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나며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졌다”고 평했다. 수상자 한강에게는 상금 5만 파운드(8600만원)가 수여된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권위있는 상이다. 한강이 수상한 부문은 인터내셔널 부문이다. 맨부커상은 영국 등 영 연방국가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과 영 연방 외 지역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나뉜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에 신설됐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최종 후보 6명 명단에 올라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의 유명작가 옌렌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 이탈리아의 엘레나 페란트, 앙골라의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아루사 등 쟁쟁한 작가들과 경쟁했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게재된 소설이다.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폭력적인 모습과 욕망을 묘사한 작품이다. 한강의 집안은 문인집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쓴 작가 한승원(77)이 부친이다. 남편은 문학평론가 홍용희 교수(경희사이버대)이며 오빠인 한동림도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한승원과 한강은 이상문학상을 2대가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딸의 수상 소식을 접한 한승원 작가는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진즉에 나를 뛰어 넘었다. 나를 뛰어 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인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강의 수상소식이 전해지면서 ‘채식주의자’는 평소보다 30배 이상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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