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승부조작의 실체 재구성

입력 2016-07-21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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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문우람, NC 이태양. 스포츠동아DB

검찰이 밝힌 승부조작 실체는 매우 구체적이었고,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창원지검 특수부 김경수 부장검사와의 질의응답을 재구성해 4년 만에 다시 터진 프로야구 승부조작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펴보자.


● 진화한 승부조작, ‘선수가 먼저 제의’


-4년 전과는 어떻게 다른가.

“통상적인 승부조작 사건과 달리 선수가 브로커에게 직접 제의를 했다. 또한 2012년 적발된 조작은 1회 볼넷 정도로 단순화돼 있었고, 대가도 500만원, 70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었다.

본건은 고의볼넷, 고의실점, 4이닝 오버(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 조작방법이 다양해졌고, 수수액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당히 고액이었다.”

-브로커 조씨와 선수들이 접촉한 시점은 언제인가.

“브로커 조씨와 C선수(문우람을 지칭)가 2014년 11월경에 처음 먼저 만났다. 조씨와 C가 굉장히 친밀하고, 조씨와 B선수(이태양을 지칭)는 상대적으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

-모두 혐의를 인정한 것인가.

“C선수(문우람을 지칭)만 혐의를 부인 중이다. 다른 진술들은 일치한다. 이태양은 6월 28일 혐의를 인정하고 자수했다. C선수는 전면부인하고 있는데 돈을 전달할 때 클러치백에 담았는데, 그 안에 돈이 들어있던 걸 모른다고 진술했다. 금품(총 1000만원 상당의 고급시계와 명품의류)을 받은 건 대가성 없이 선물이라고 말했다.”

-문우람은 향후 어떻게 되나.

“증거자료는 다 확보돼 있다. 추가적인 수사는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라 군 검찰에서 진행해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군 검찰로 이첩됐다.”


● 이태양의 자수가 수사에 도움이 됐다

-이태양은 왜 자수를 했나.

“야구계에서 소문이 돌자 본인도 고민이 됐던 것 같다. NC 측에서 이런 부분을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가 강해 협조를 잘해줬다. 운영본부 쪽에서 면담을 하고 그 사실이 확인되니, 자수해 법적인 처분을 받자고 설득했고 자수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안다.”

-선수가 검찰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는 구단 측의 해명과는 다르다.

“우리도 어느 정도 내사를 진행했다. 구단도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됐고, 지체 없이 검찰에 자수를 시킨 것으로 안다. 자수 시점엔 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한 건 분명하다.”

-브로커 조씨와 베팅방운영자 최씨는 어떤 상태인가.

“이태양이 자수를 함으로써 브로커를 체포해 오늘 구속할 수 있었다. 베팅방운영자 최씨는 부산동부지원에서 작년 하반기 구속돼 1심, 2심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 승부조작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 베팅으로 나머지 3경기(7월31일 마산 넥센-NC전, 8월6일 마산 롯데-NC전, 9월15일 마산 kt-롯데전) 베팅에 대해 기소됐다. 5월29일 광주 KIA-NC전은 사기혐의(조작정보를 이용, 인터넷도박사이트에 베팅해 배당금 편취)로 별건 기소했다.”

-이태양이 협박을 받았다고 하는데.

“4차례 시도에서 2번만 성공하고 2번만 실패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안다. 브로커보다는 베팅방운영자 최씨에게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4이닝 오버 같은 경우 합계 6득점이 나야 되는데 상대팀이 호투하거나 하면 6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또 투수가 아무리 나쁜 공을 던져도 상대방이 삼진아웃되는 등의 경우엔 실패한다고 볼 수 있다.”


● 대가성 돈은 5월 29일에만 오갔다

-이태양은 문우람과 공모한 5월 29일 경기 후에는 스스로 범행했나. 범행 동기는 무엇인가.
“돈을 받아서 생활비나 유흥비로 쓴 것으로 보인다. 5월 29일 이후로는 이태양이 직접 한 것으로 안다. 5월 29일 경기는 브로커가 이태양이 아닌, C선수(문우람을 지칭)와 통화해 ‘이태양 쪽 확인이 되느냐’는 통화한 게 확인된다.”

-대가성 돈은 첫 범행 때만 받은 것인가.

“5월 29일 경기에선 1억원을 베팅해 2억원을 환불받아 수익금이 1억원이다. 7월 31일에 ‘4이닝 오버’를 두고, 2억원을 베팅한 게 실패로 돌아가 손해를 많이 봤다. 8월 6일 1회 볼넷을 성공했지만, 수익금이 손해를 보전하는데 다 들어간 것으로 안다.”

-브로커 조씨는 선수 출신인가.

“브로커는 현역 선수들과 친분을 갖고 접근하는 전직 선수들이 많은데, 이번은 아니다. 브로커도 잘 모르는 사이에서 6개월간의 친분으로 함부로 승부조작을 제의하기 조심스러운데, 선수가 먼저 의사를 표명하고 제의를 해줘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브로커와 선수들이 만날 때 동석한 선수가 있나. 다른 선수 수사 계획은 있나.

“만남 여부에 대핸 말씀드릴 수 없다. 구체적인 수사 단서가 나오면 하겠다.”

-문우람은 브로커와 이태양을 어떻게 연결시켰나.

“브로커와 문우람이 만나는 자리에 불러내 인사가 됐던 걸로 보인다. 5월 29일 범행 일주일 전에 3인이 모여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창원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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