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즘대세 ‘캐스팅 0순위’ 박보검

입력 2016-10-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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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편의 드라마로 일약 톱스타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 박보검. 수줍은 듯 맑은 미소를 띤 얼굴에선 또 다른 활기가 묻어난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바른청년?
난, 재미없고 심심한 놈

“제가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아도 되나 겁이 나고, 그럴수록 어깨가 무거워진다.”

‘응답하라 1988’로 시작해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연타석 대흥행의 기록을 쓰며 ‘아름답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그 주인공 박보검(23)은 그렇게 겸손함의 면모를 먼저 드러냈다. 그래도 얼굴에선 생기가 감돌았다. 주연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이 끊임없는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뒤다. ‘보검앓이’ ‘보검매직’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만큼 박보검은 이제 송중기 이후 또 다른 최고 스타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드라마 종영 후 출연진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그는 “이제까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적도 없고, 언제 또 이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나 싶다. 귀한 드라마를 만나게 된 건 축복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전 세부공항에 도착했더니 엄청난 팬들이 마중 나와 있어 놀랐다.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생겼다”는 말로 감사함을 표했다.

한마디, 한마디 느릿느릿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똑부러지게 할 줄 아는 박보검의 말이 갑자기 빨라진다. 할 말이 많다는 뜻이다.

“촬영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얼굴에 작은 뾰루지가 나면 조명감독이 빛으로 처리해주고, 메이크업팀은 분장으로 피부를 백옥같이 만들어줬다. 난 정말 행운아이지 않나. 하하!”


● “초반 자신감이 떨어져 헤매…송중기와 김유정이 큰 도움”

그렇지만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울상의 표정이다. 출연진 가운데 가장 먼저 캐스팅된 기쁨도 잠시, 막상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캐릭터를 잡지 못해 갈팡질팡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왔지만, 사극은 처음이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간극이 커 고민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연출자 김성윤 PD는 앞서 촬영한 일부 몇몇 장면을 재촬영하기도 했다.

“처음엔 설렘에 ‘잘할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기대도 크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제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 연기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주위의 도움으로 차차 제 색깔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날라리처럼 풀어진 연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송)중기 형이 ‘자신 있게! 힘내서 하라’고 밥을 사주면서 응원해줬다(웃음). ‘네가 뭐라고 부담감을 갖느냐. 오히려 남장여자 모습으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줘야 하는 (김)유정이가 더 힘들 거다’는 말을 듣고 위로를 얻었다. 유정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사극과 연기 경험이 많아 큰 의지가 됐다.” 전작인 ‘응답하라 1988’의 연출자 신원호 PD도조력자였다. 어깨와 마음을 짓누른 부담감은 그의 조언으로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다. 신 PD는 박보검과 또래의 연기자들에게 “너희들이 다 주인공이고, 각자 주어진 몫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것이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고 말해줬다.

연기자 박보검.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내가 봐도 심심하고 재미없는 놈…세부에서 최고의 ‘일탈’”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른 만큼 박보검은 가는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든다. 드라마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진행한 팬사인회나 세부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대 뿐만 아니라 40∼50대 아주머니 팬들을 비롯해70대 할머니 팬들까지 생겨났다.

“같은 소속사의 (차)태현이 형이나 중기 형만큼 늘어났다. 하하! 그 전에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연령층이 다양해져 기분이 좋다.여러 가지 수식어도 생겼는데, 그 가운데 ‘보검매직’이라는 말이 제일 좋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사랑해준다는 거니까!”

박보검은 ‘일탈’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지녔다. 그 스스로도 “재미없고
심심한 놈”이라 말한다. 하지만 세부에서 “최고의 일탈을 했다”며 장난끼는 감추지 못했다.

“패키지여행이라 정해진 곳에서 식사를 해야했다. (곽)동연이, 진영이 형, 유정이 등 동료들과
함께 도망쳤다. 내가 주동했다. 그때만이라도 일탈을 해보고 싶었다. 다들 고마워하더라! 하하!”11월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예정된 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연말께 아시아 투어에도 나서는 그는 이제 또 다시 새로운 길에 나서야 한다. 영화와드라마 등 출연 제안이 이어지고, 광고모델로서몸값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올랐다.

자신에게 “수고했고,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보다 더 잘 했으면 한다”는, 어쩌면 가장 소박하고 겸손한 바람을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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