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th 인터뷰③] “소시, 영원한 걸그룹의 대명사이길”

입력 2017-03-23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걸그룹 소녀시대 수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수영이 말하는 소녀시대 10년의 우정

원더걸스 해체는 팬으로서 정말 아쉬워
인기의 소중함 알기에 언제나 초심으로

2007년 8월5일 일요일 오전.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로 향하던 45인승 버스 안. 이틀 전 데뷔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내고 SBS ‘인기가요’로 첫 무대에 나서는 길이었다. 적막이 흐르는 버스 안에서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못했다. 시선이 마주치면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피하려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당시 버스 외관은 소녀시대 사진으로 둘러쳐진 래핑 버스. 보이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멤버들은 애써 눈물을 참아냈다. 그리고 오른 첫 무대. 소녀들은 울음을 참아가며 무대를 마쳤다. 대기실로 돌아오는 길에 멤버들은 하나둘 눈물을 쏟아냈다. 첫 무대를 축하하러 나온 부모도 함께 울었다. 짧게는 3년 반, 길게는 7년을 연습생으로 지내며 수없이 흘렸던 그 어떤 눈물보다 뜨거웠다. 소녀들은 숙소로 돌아와 또 울었다. 21일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수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 것도 보이지도 않는 창밖 풍경을 훌쩍거리며 보던 일이 생각난다. 발차기를 1년이나 연습하고 나섰던 무대였다”며 미소 지었다. 수영이 말한 발차기는 ‘다시 만난 세계’ 퍼포먼스의 핵심 동작이다.


● “영원히 걸그룹의 대명사로 기억되길 바라”

‘다시 만난 세계’는 작년 이화여대 학내 집회에서 학생들을 결집시키는 노래로 불렸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도 울려 퍼졌다. 아이돌 문화를 향유해온 20대들 사이에서 소녀시대는 그들 사이의 언어였던 셈이다. 노래로 일체감을 느끼는 마음의 언어.


-‘다시 만난 세계’는 소녀시대에게 어떤 의미일까.

“걸그룹 데뷔곡으로 명곡이지 않나. 하하. 아이돌이 대중성을 지닌 건 자부심이다. 여러 세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 것이다.”


-트와이스가 일본 요미우리신문으로부터 ‘소녀시대를 이을 케이팝 걸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녀시대를 이을’이라고 소개하는 점에서 뿌듯하다. 우리 세대에서는 누군가 루키가 나오면 ‘제2의 보아’로 불렸다. 이제는 ‘제2의 소시’가 나온다.”


-요즘 걸그룹 후배들을 보는 감회는 어떤가.

“너무 예쁘고, 잘한다. 우리 걸그룹들은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웃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매일 행복하고 기쁘겠느냐마는, 항상 웃는 모습을 유지하는데 박수쳐주고 싶다.”


-소녀시대만의 강점은 무얼까.

“서로 좋은 점을 닮아가려 한다. 어느 한 명이 열심히 일하면 다른 멤버도 그렇게 한다. 누가 선행을 해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사를 잘 하는 것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 번에 잘되지 않았기에 ‘헝그리 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 인기의 소중함도 알고 있다.”


-소녀시대가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까.

“걸그룹의 영원한 ‘대명사’이길 바란다.”

소녀시대 10년사 중에 위기를 꼽으라면 제시카의 탈퇴일 것이다. 그 일이 소녀시대가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수영은 선문답처럼 한 인기 드라마의 유명한 대사 한 구절을 읊었다.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또 날이 적당해서….”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