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체크] “드라마인가 현실인가”…‘귓속말’ 사회문제 꼬집다

입력 2017-04-0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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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인가 현실인가”…‘귓속말’ 사회문제 꼬집다

드라마인가, 현실인가. ‘귓속말’이 2017년 대한민국 시국을 드라마 속에 신랄하게 담았다.

27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은 현 시국을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호평 아래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몇몇 장면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는 점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이 주목했던 ‘귓속말’ 속 현실 꼬집기를 살펴봤다.


● ‘법’이 ‘권력’과 손을 잡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

‘귓속말’은 법을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과 그 권력에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극중 거대로펌 ‘태백’은 방산 비리를 덮기 위해 신영주(이보영 분)의 아버지를 살인자로 만들고, 검찰을 동원해 증거도 조작한다. 그리고 청부재판으로 거짓 판결문까지 만든다.

이러한 현실에 분노한 신영주가 “언제부터 피해자가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세상이 됐나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법이 무고한 서민들을 지켜주기는커녕 권력자의 칼이 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펼쳐냈다.

‘태백’은 청와대까지 권력을 뻗치고 있는 시대의 악 ‘법비’(法匪)로 표현된다. ‘법비’는 법을 사익을 위해 악용하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 극중 ‘태백’이 의료민영화 계획, 심지어 대통령의 주치의까지 컨트롤한다는 대사는 이러한 ‘법비’에 농락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 비리 ‘재벌’을 향한 돌직구 풍자


# ”청룡전자 매각, 국민연금공단에서 반대한다고 들었습니다”

‘귓속말’ 2회에서는 청룡전자와 국민연금공단과의 긴밀한 관계가 그려졌다.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 분)은 강유택(김홍파 분)-강정일(권율 분) 부자를 견제하기 위해 청룡전자 해외매각을 추진한다. 그러나 주식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 측에서 반대를 해 난항을 겪게 된다. 기업과 공단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최근 벌어졌던 사회 이슈를 떠올리게 했다.


# “평균 3년, 2선으로 후퇴한 재벌 오너가 다시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2년 안에 복귀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극중 청룡전자의 대표가 국정조사 리허설을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짜고 치는 각본을 만들 듯 대표는 “꼭 2선으로 물러나야 해? 사장, 전무 자르는 선에서…”이라고 말한다. 2선 후퇴를 못마땅해하는 대표에게 2년 안에 복귀할 수 있게 해준다는 변호사 강정일의 모습은 기업들이 법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들만의 카르텔과 시스템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정의가 붕괴되는 사회에 대한 화두


“세상을 법대로 살 수가 있나? 자넨 사는 법을 배워야겠어”
“원칙대로 했다가 저희 아버지 여기까지 왔어요, 판사님”

‘귓속말’은 정상이 비정상화 되어가는 사회를 향한 뜨거운 화두를 던진다. 극 초반부터 신념의 판사 이동준(이상윤 분)이 살기 위해 권력의 손을 잡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청자들은 양심과 원칙대로 살려는 사람들을 무릎 꿇리는 뼈아픈 현실을 떠올렸다는 반응. ‘귓속말’은 이동준이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려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기에, 향후 그의 모습이 어떤 묵직한 메시지를 안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렇듯 ‘귓속말’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어느 것 하나 낯선 것이 없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사회에 깔린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꼬집고, 또 이에 대한 뜨거운 화두를 던지게 될 ‘귓속말’에 주목되고 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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