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배영수 부활의 이유? ‘컴퓨터 코너워크’를 보라

입력 2017-06-1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더 이상 배영수에게 시속 150km의 강속구는 없다. ‘이제 배영수는 끝났다’라는 말까지 나왔었지만 올 시즌 60.2이닝 동안 볼넷이 단 14개일 정도로 완벽한 제구력을 선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제 코너워크를 해보려고 한다.”

한화 배영수(36)가 올 시즌 첫 승을 따낸 뒤인 4월8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2015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3년 21억5000만원에 계약했지만, 지난해까지 4승(11패1홀드)을 따낸 것이 전부였던 배영수다. 게다가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 여파로 2016시즌은 통째로 쉬었다. 기대치는 점점 하락했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 덕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17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스스로 “2017년은 내게 마지막 승부”라고 선언했다.

배영수의 올 시즌 성적은 11경기 6승3패, 방어율 4.60(60.2이닝 31자책점).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10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2014년 6월25일 대구 넥센전(9이닝3실점) 이후 1081일만의 완투승(9이닝 9안타 5삼진 무4사구 2실점)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가 6이닝을 3실점 이내로 막아내는 것)를 기록한 5경기에선 모두 승리를 따냈다. 다소 기복이 있지만, 지난 2년간의 부진을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다. ‘부활’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배영수의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한화 배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컴퓨터 코너워크

코너워크는 투수가 탁월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홈플레이트의 좌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투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나도 현역 시절에 코너워크에 많이 신경 쓰며 투구했다”고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올 시즌 배영수의 개혁과제였다. “그동안 빠른 공으로 윽박질러보기도 하고, 변화구 위주의 투구도 해봤다. 그런데 코너워크는 해본 적이 없다. 이제 그 코너워크를 해보려 한다.”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2월 스프링캠프(오키나와~미야자키)까지 완주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코너워크였다. 프로 입단 초기에 들었던 “가장 좋은 공은 코너워크가 된 공”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긴 것이다. 최고구속 141~142㎞의 빠르지 않은 직구로 버텨내기 위해선 코너워크에서 답을 찾아야 했다. 코너워크는 공을 원하는 코스에 던질 정도의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인데, 배영수는 그만한 능력을 갖췄다. 올 시즌 볼넷이 14개에 불과한 것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포수 차일목은 “(배)영수가 제구력이 워낙 좋아서 오히려 내가 편안하게 경기한다”고 밝혔다. “코너워크는 처음 생각했던 대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배영수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다.

1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17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열려 한화가 선발 배영수의 완투승에 힘입어 삼성에 10대 2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종료 후 한화 선발 배영수가 포수 차일목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철저한 자기반성과 노력

배영수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안정감이다. “과거에는 구속이 떨어지면 경기를 풀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속이 떨어진 것을 경험하고 나니 정말 중요한 가치는 안정감이라고 느꼈다. ‘저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정말 잘 던지겠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지금 배영수가 그렇다. 한화에서 가장 믿음직한 토종 선발투수다. 이는 엄청난 노력이 동반된 결과다. 교육리그에선 ‘왜 야구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고, 스프링캠프 때는 후배 정우람(32)에게 서클체인지업을 배우기도 했다. 직구는 코너워크가 되기 시작했고, 종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포크볼은 더 날카로워졌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배영수를 상대로 우리 타자들이 카운트 싸움이 전혀 안 됐다”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력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프로 18년차 투수가 코너워크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을 이뤄냈다는 점도 그렇다. 스스로 “‘배영수는 끝났다’는 말이 정말 싫었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