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폭주 ‘군함도’의 그늘

입력 2017-07-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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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개봉 닷새만에 관객 400만명 대박
극장 80% 독점 ‘스크린 CJ 강점기’

영화 ‘군함도’가 개봉 첫 주말동안 전국 거의 모든 극장 상영관을 싹쓸이 하다시피하며 흥행 질주를 펼쳤다. ‘폭주’라 불릴 만큼, 사전 기대치를 그대로 증명한 폭발적인 반응이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제작 외유내강)는 황정민과 소지섭, 송중기가 주연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그린 대작이다. 올해 한국영화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고,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면면에서도 흥행이 예고된 작품이다.

개봉 첫날인 26일 하루에만 2027개 스크린에서 97만1556명(영화진흥위원회)을 동원, ‘역대 최다 오프닝 관객수’ 기록을 세운 ‘군함도’는 첫 주말에도 기세가 계속됐다. 토요일인 29일 2019개 스크린에서 101만5368명을 불러 모았고, 30일에도 50%대의 예매율을 유지해 이날까지 누적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관객이 늘고 화제가 더해질수록 네거티브 논란 역시 가열되고 있다. 단순히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흥행대작에 따르는 ‘노이즈’라고만 여기길 수 없는 현상이다. 제작진으로서는 흥행 성과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군함도’는 한국영화와 극장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총 2575개인 국내 극장 스크린 가운데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이 하루에 2000개 이상 스크린을 독점하기는 ‘군함도’가 처음이다.

여기저기서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민병훈 영화감독은 SNS에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라고 지적했다. 극장에서 ‘군함도’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관객의 불만도 이어진다. 특히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에서 20∼30분 간격으로 배치된 ‘군함도’ 상영 스케줄을 두고 ‘버스 배차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과점 논란이 정작 ‘군함도’ 작품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가로막는다는 의견도 있다. 총제작비 270억여 원을 쏟아 부으면서 여름 흥행에 사활을 건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기록’을 향한 노골적인 물량공세를 향한 비판이다. ‘지금 극장은 CJ 강점기’라는 관객의 질타도 있다.

이에 더해 ‘군함도’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까지 나왔다. 일본의 일부 매체가 “역사적 사실을 모티프로 했다”는 류승완 감독의 발언을 근거로, 영화가 다룬 강제징용 조선인의 탈출 내용이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그대로 국내로 유입돼 확산됐다.

제작진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개봉 전부터 여러 차례 “영화 안의 인물과 드라마틱한 상황은 만들어낸 허구”라고 설명해왔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류승완 감독은 “최근 일본에서 전해지는 소식을 접하면서 일본은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와 청산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마주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너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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