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웃었어요” 함덕주가 보크를 반긴 이유

입력 2017-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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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함덕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함덕주는 1일 대구 두산전에서 야구인생에 평생 잊지 못할 특이한(?) 경험을 했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2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김헌곤을 상대했다. 팀이 5-1로 앞서고 있었지만 경기 초반이었기 때문에 추가 실점은 결코 허용할 수 없었다. 2-2 볼카운트에서 여느 때보다 강하게 공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함덕주가 투구 동작에서 그만 실수로 공을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손을 빠져 나간 공은 내야 그라운드를 굴러 파울라인 안쪽에서 멈춰 섰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에 심판진도 당황했다. 판정을 두 차례나 번복한 끝에 최종 보크가 선언됐다. 야구규칙 8.01항(d)에 따르면 ‘투구동작 중 투수의 손에서 미끄러진 공이 파울 라인을 넘게 되면 볼로 선고되고, 넘지 않았을 경우에는 투구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는 보크가 된다’고 돼 있다. 3루주자 이지영이 홈을 밟아 실점이 추가됐다.

함덕주의 보크 장면. 사진|KBSN SPORTS 캡쳐


함덕주는 2일 경기에 앞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그는 “너무 세게 공을 쥐다 보니 손에서 공이 빠졌다. 나도 솔직히 당황해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이제까지 야구를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점을 하긴 했지만 보크가 오히려 나에겐 도움이 됐다. 웃으면서 긴장도 풀렸고, 호흡도 가다듬었다. 보크가 아니라 그냥 볼 판정을 받았다면 풀카운트 승부에서 더 흔들렸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함덕주의 말대로 긴장이 풀린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그는 이후 이닝에서 무실점 투구로 삼성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최종 5이닝 2실점의 호투로 팀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보크의 여파는 그에게 6승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줬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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