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돌풍 인터넷전문은행, 금융시장 ‘게임 체인저’ 될까

입력 2017-08-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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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원투펀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지만, 시중은행 자리까지 위협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넣은 케이뱅크의 ‘네이버페이 체크카드’(왼쪽)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사진제공 l 카카오뱅크·케이뱅크

기대와 우려 교차, ‘찻잔 속 태풍’ 시각도
‘히트앤런’ 고객 다수, 리스크 관리 불안
금융권 서비스 개선 자극 긍정적 평가

카카오뱅크가 출범 16일 만에 228만좌 돌파 및 수신 1조2190억원, 여신 8807억원을 기록하명 돌풍을 일으키자, 선발주자인 케이뱅크는 예금금리 인상으로 반전을 꾀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원투펀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기존 금융권에 대한 공격적 행보를 거듭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과연 금융시장 전체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초반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융 판도를 바꿀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평가. 시중은행 자리까지 위협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거란 시각도 많다.


● 카카오뱅크 접속 지체, 인터넷은행 구조적 취약점 노출

회의적인 시각의 배경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현재 영업스타일을 장기적으로 고수하기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영업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8분 만에 뚝딱’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출범 첫날부터 유일한 접속창구인 모바일 앱 접속 오류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고객센터 응대 부실과 대출신청 지연 등 준비 미비에 대한 고객 불편이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측은 “대출 신청이 과도하게 몰려 유관기관의 처리 용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사과하며 제2고객센터 및 서버 증설로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안정성과 소비자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업에서 서비스 관리능력에 의문점이 찍혔고,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이용자는 “카카오뱅크 대출을 신청하려면 ‘무한 클릭해야 한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라며 “하루종일 전화기만 들고 있을 수도 없고, 은행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 은산분리 규제 해결없인 성장 불투명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인 은산분리 규제도 큰 숙제다. 현재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을 최대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 이상 가질 수 없다. 기업이 금융계열사를 사금고화 하는 것을 막으려 만든 조항인데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업계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대출 수요가 연간 목표액을 뛰어넘으며 몰리자 7월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신용등급별 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향후 대출 상품의 한도와 금리조정을 수시로 할 계획을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은행들처럼 대출업무를 원활하게 이어가려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8% 이상 유지하는 차원에서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각각 5000억원, 1000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함으로써 덩치 키우기로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금융권에서는 만약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현재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케이뱅크 주주에 우리은행(10%)이 포함된 것처럼 인터넷전문은행도 결국 기존 금융사가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기업 주도로 인터넷은행을 만들려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불안감도 부담이다.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게 주다보니 자칫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을 확대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된다.


● ‘고인 물’ 금융시장에 신선한 충격 높이 평가

인터넷전문은행 고객의 충성도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고객은 서비스 수준이나 브랜드 신뢰보다는 금리 등 철저히 이익에 기반해 유입된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조건에 따라 철새처럼 이동하는 ‘히트앤 런’ 고객”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시중은행이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거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견제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들은 언제든지 금리나 서비스 조건에 따라 옮길 수 있다.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나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시중은행의 서비스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카카오뱅크 및 케이뱅크가 일단 ‘고인 물’로 평가되던 금융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며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경계해 모바일 플랫폼을 다시 손보거나 비대면 상품 강화, 금리 및 수수료 인하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또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지만, 초반 시선끌기에 성공하며 금융권에 경쟁을 촉발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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