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재건은 어떻게 단기간에 현실화 됐나

입력 2017-1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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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삼성화재의 정예 멤버들은 신진식 감독의 담대한 리더십 아래에서 기본과 헌신에 입각한 조직력으로 명가의 재건을 완성해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1연승 잔치는 끝났다. 그럼에도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 삼성화재 대세론을 반박할 이는 거의 없다. 삼성화재 내부에서도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래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 올랐던 삼성화재다. 이 가운데 8차례 우승했다. 이런 삼성화재가 2015~2016시즌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2016~2017시즌은 아예 ‘봄배구’조차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재건’에 나선 삼성화재는 신진식 감독을 영입했고, 프리에이전트(FA) 센터 박상하를 보강했다. 그 이상의 가치는 삼성화재가 ‘승리 DNA’를 찾아낸 지점에 있었다. 인적쇄신이라는 리빌딩이 아니라, 기존 선수들의 의식혁신으로 이뤄낸 재건인지라 더 경이롭다. 어떻게 목표는 단기간에 현실이 됐을까.

삼성화재 황동일. 스포츠동아DB



● ‘실패한 세터’ 황동일은 무엇이 달라졌나?

황동일은 31세다. 삼성화재가 어느덧 4번째 팀이다. 191㎝의 키, 2008~2009시즌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은 곧 황동일의 잠재력을 의미했다. 그러나 세터, 라이트, 센터를 전전했어도 잠재력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카드가 FA 박상하의 보상선수로 세터 유광우를 지명하자, ‘삼성화재는 이제 망했다’는 예상이 퍼졌다. 황동일을 대안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비관론은 증폭됐다.

대다수가 안 될 것이라 낙인찍었던 황동일을 신 감독은 역발상으로 중용했다. “힘든 시절을 겪었기에 오히려 더 절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삼성화재에서 세터란 기교를 발휘하는, 리더의 자리가 아니다. 공격수가 최적의 스파이크를 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는 조력자여야 한다.

‘저니맨’ 황동일은 주역이 아닌 생존이 목적인 선수였다. 팀이 원하는 헌신을 온몸으로 수용했다. 기본에 충실한 황동일의 토스는 삼성화재 타이스~박철우 날개 공격수를 빛나게 해줬다. 황동일의 높이 덕분에 블로킹과 리시브 라인의 완성도가 올라갔다. 레프트 류윤식이 돌연 리시브 1위가 된 현상은 ‘올려주면 장신의 황동일이 처리해준다’는 믿음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 사진제공|삼성화재



● 신진식의 대범함과 박철우의 세심함이 만들어낸 조화

수장으로서 신 감독의 미덕은 대범함이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나쁜 일은 빨리 잊는다. 쇠락하는 듯한 ‘왕조’를 물려받은 심정에 대해 신 감독은 “과거는 과거, 나는 새롭게 할뿐”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의욕만 봤다.

신 감독의 캐릭터는 삼성화재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터는 데 특효약이 됐다. 그리고 선 굵은 신 감독의 보완재로 캡틴 박철우가 있었다. 팀 리더로서 신 감독이 채워주지 못하는 분위기를 박철우가 만들어냈다. 삼성화재 이규남 사무국장은 7일 “박철우는 데이터 이상의 가치로 평가할 선수”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단장은 “주전 7명만 놓고 보면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선수가 한 시즌을 뛰는 동안 체력 걱정을 한다는 것은 삼성화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제는 부상 방지와 백업의 성장뿐이다. 신 감독은 12연승이 불발된 다음날인 7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신 감독의 핸드폰 너머 삼성화재 선수들의 ‘고함’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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