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남북 영화는 없었다

입력 2017-12-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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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한국영화 대전’의 문을 여는 ‘강철비’는 일촉즉발 핵전쟁 위기에 처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이야기를 다룬다. 정우성은 쿠데타 발생 직후 북한 1호와 남한으로 내려온 최정예 요원을 맡았다. 사진제공|NEW

■ 베일 벗은 새 영화 ‘강철비’

묵직한 메시지와 균형감있는 연출
정우성·곽도원 흠잡을 데 없는 케미
남북 정치·외교·인권·이슈까지 담아


12월 한국영화 대전의 닻이 올랐다. ‘빅3’로 분류되는 3편 가운데 첫 주자 ‘강철비’가 개봉을 사흘 앞둔 11일 시사회로 그 베일을 벗었다.

일촉즉발 핵전쟁 위기에 처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2시간20분간의 긴박한 드라마가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완성됐다. 북한 핵문제와 전쟁을 향한 메시지, 균형감을 잃지 않은 힘 있는 연출, 흠 잡을 데 없는 배우들의 활약까지 3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강철비’(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는 남한의 정권교체기, 북한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핵무기로 공화국을 지키자’고 나선 쿠데타 세력의 선전포고로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도 긴박하게 돌아간다. 지금껏 남북한 소재 영화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정치·사회·외교는 물론 인권의 이슈까지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은 없었다. 사건을 포장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한 사실만으로 ‘강철비’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건 핵전쟁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으로, 그 문제에 몰입했다”며 “10년간 남북한 관련 자료를 착실하게 익혔고, 미국 CIA 출신 폭로가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외교 자료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변호인’으로 데뷔한 양우석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인간미 넘치는 시선을 이번에도 유지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는 메시지도 우직하게 담아낸다.

영화 ‘강철비’의 한 장면들. 사진제공|NEW


‘강철비’가 극의 긴장을 높이는 배경은 정우성과 곽도원의 절묘한 호흡에 있다. 쿠데타 세력 암살 임무를 받은 북한 정예요원 정우성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도원은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을 ‘웃기면서도 슬프게’ 그려낸다. 반목하던 둘이 가수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를 듣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1973년 동갑인 두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실제로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 정우성은 “동료와 신뢰, 교감을 주고받는 경험은 늘 짜릿하다”며 “도원 씨는 나를 참 사랑해주고 좋아해준다. 서로 나누는 감정이 그대로 캐릭터로 연결돼 영화에 담겼다”고 만족해했다.

‘강철비’는 시사회 직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실 이슈와 뗄 수 없는 소재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무거운 주제를 담은 데다 시종 묵직하게 진행되는 탓에 ‘빅3’에 속하는 판타지 ‘신과함께’와 시대극 ‘1987’과 비교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섭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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