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연잡] 숨은 메시지 담겼다…대통령의 영화 정치

입력 2018-01-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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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을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한 다음 날인 8일 영화 ‘1987’은 개봉하고 처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대통령이 선택한 영화라는 사실이 만들어낸 화제가 적지 않게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심지어 아직 누적관객 440만 명에 불과한 영화를 두고 “1000만을 넘기겠다는 확실한 예감이 든다”는 말까지 덧붙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통령들의 영화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 숨은 메시지가 있기 마련.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송강호가 주연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재의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 이번 ‘1987’ 또한 1987년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시작해 6월 항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지금 ‘우리’를 있게 한 민주화운동을 담아낸 영화들에 특히 시선을 두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선택한 영화에서는 그들의 ‘지향’이 엿보이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로 어려운 고비를 극복한 역사 기반의 영화들을 택했다. 이순신 장군의 극적인 활약을 담은 ‘명량’부터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 등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애국주의를 강요한다는 비판적인 시선을 받기도 한 영화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 같은 성공 신화에 관심을 뒀다. 당선인 시절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 실화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했고, 재임 때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를 본 뒤 주인공 할아버지가 농사를 지어 9명의 자녀를 공부시킨 사실을 언급하면서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만큼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영화를 즐겼다. 특정 성향을 보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섭렵했다. 최고 권력자를 풍자하는 ‘왕의 남자’부터 ‘괴물’, ‘밀양’, ‘화려한 휴가’까지 다양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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