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듀얼인터뷰] ‘염력’ 연상호·이동하 “무조건 새로운 걸 해야만 했다”

입력 2018-02-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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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부산행’에 이어 ‘염력’으로 의기투합한 연출자 연상호 감독(왼쪽)과 제작사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 두 사람은 세 번째 프로젝트에도 뜻을 모으며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연상호 감독 & 이동하 영화제작자

좀비 영화 ‘부산행’ 이어 초능력 영화 ‘염력’ 두 번째 합작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인연
친해진 이유? 집이 가까워서요
“연 감독은 언제나 치열한 연출자”
“이 대표요? 보기 드물게…
돈 욕심 없는 제작자 하하하”

이들이 손잡을 때마다 새로운 한국영화가 탄생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지향’을 가진 두 인물. ‘부산행’에 이어 ‘염력’을 함께한 연상호 감독과 제작자 이동하 대표(영화사 레드피터)이다.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와 감각을 내보이는 두 사람을 1월3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두 번째 합작 ‘염력’이 개봉한 날이다. 의외로 이들은 덤덤했다. 2년 전 ‘부산행’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이미 설렘과 기대, 부담과 걱정을 경험한 덕분이다.

“함께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는 두 사람과의 대화는 연상호 감독이 입은 청바지로 시작됐다. “아내가 간간히 해주는 코디에 따라 그날그날 분위기가 달라진다. 쇼핑엔 관심이 없다. 청바지도 지금 입은 한 벌 뿐이다. 바지는 입어보고 사야 해서 귀찮다. 하하!”

두 사람의 만남은 2011년 부산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무명 애니메이션 연출자이던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이 대표는 이창동 감독의 ‘시’의 프로듀서였다. 친해진 건 순전히 “집이 가깝기 때문”이었다. 이동하 대표의 말이다.

“집 앞에서 자주 만났다. 예를 들어 밤에 소주 한두 잔하고 밤늦게 헤어져도 연상호 감독은 다음날 아침 7시면 남산에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출근한다. 아침에 자기가 그려야 할 그림의 영상을 찍어 작업하고, 오후엔 영화사로 와서 ‘부산행’ 시나리오 회의를 밤늦도록 한다. 무더운 여름에도 변함없이, 몇 년간 똑같았다. 지칠 법도 한데, 언제나 치열했다.”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 “‘부산행’ 때 많이 다투기도”

첫 합작인 ‘부산행’은 1156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두 사람에게 성공과 영광을 안겼다. 특히 이동하 대표는 지난해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세계 영화 프로듀서 1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뽑혔다. 연상호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지금도 꾸준히 협업 제안을 받는다.

이들은 여러 선택지 가운데 초능력을 가진 ‘소시민 히어로’의 이야기인 ‘염력’을 택했다. 코미디 안에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도 담았다. 연상호 감독은 “용기로 시작했다기 보다 데이터에 기반해 출발한 영화”라고 했다.

“데이터가 대단한 건 아니다. ‘부산행’이 잘됐으니 다음엔 새로운 영화를 해도 투자를 해주겠지 생각했다. 비슷한 걸 또 해서 망하면 그 뒤론 새로운 걸 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니 무조건 새로운 영화를 해야 했다.”

감독과 제작자의 호흡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도 달라진다. 이동하 대표는 “처음 ‘부산행’ 기획 땐 멱살만 잡지 않았지 많이 다퉜다”고 웃으면서도 “제작이 본격 시작되면서 내가 더는 관여할 게 없을 만큼 감독이 잘했다”고 했다. ‘염력’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연상호 감독은 자기의 선택에 따라 ‘부산행’처럼 폭발적인 영화도, ‘염력’처럼 마니아 같은 색깔도 내는 연출자”라고 했다.

영화 ‘염력’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작품들 가운데 ‘염력’을 “1순위”로 꼽았다. “나의 취향이 가장 많이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키치적인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친한 친구인 최규석 작가의 단편만화 중에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특히 좋아했다. 둘리가 큰 뒤 손가락이 잘려서 마술을 못하는 이야기다. 대학 때부터 그런 류의 코미디를 좋아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염력’의 한국형 히어로는 평범한 ‘아재’(류승룡)다. 동네 뒷산에서 약수 먹다 초능력을 갖게 된 뒤 어릴 때 헤어진 딸(심은경)이 운영하는 치킨가게의 강제철거 위기에 맞선다. 손끝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는 할리우드 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모습. 연상호 감독은 “‘어벤져스’는 미국영화 시스템에서 나오는 영화”라며 “무모한 도전보다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3번째 합작은 ‘호러’

두 사람은 또 다른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감춰온 세 번째 프로젝트는 호러 영화다.

“아직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작업하는 동안 치열하게 부딪치고 싸우고 이야기한 뒤 여러 고민을 반영한 결과물을 낸다. 나도 많이 배운다.”(이동하)

“이 대표는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하하하! 좋은 이야기하려니까 갑자기 말이 안나온다. 욕심 없는, 특히 돈 욕심 없는 제작자다. 파리에서 다큐멘터리 연출로 논문도 쓰고, 파리8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내가 늘 자랑하는 부분이다. 하하!”(연상호)

제작사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왼쪽)와 연출자 연상호 감독.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들의 협업이 할리우드로 향할 가능성도 크다. 이동하 대표는 “‘부산행’ 이후 해외의 내로라하는 제작자와 투자사, 글로벌 회사들의 제안을 받았다”며 “지금도 끝나지 않고 진행되는 상태”라고 했다.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 역시 “더 넓은 무대”를 거부하지 않는다. ‘부산행’이 156개국에서 개봉된 데 이어 ‘염력’이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소개되는 상황은 긍정적이다. 그는 “개인적으론 ‘세계적인 마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할 일 많은 감독과 제작자이지만 “먹고 살 일”은 늘 걱정이다. 이동하 대표는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인 ‘미성년’의 제작을 시작했고,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다다쇼를 통해 웹툰 기획을 시작했다.

“어제까지 ‘부산행’ 감독이었지만 몇 년 뒤엔 존재가 잊히는 게 영화업계다. 그런 두려움을 갖고 영화를 만드는 건 굴욕적이다. 언제든 깨끗이 사라지겠지만, 먹고 살려면 그 뒤까지 모색해야한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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